다음 달 1일 개관하는 중국의 ‘지안박물관’은 고구려 역사를 왜곡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 박물관은 고구려의 수도였던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에 세워지는 중국 내 첫 고구려 박물관이다. 국내 학계는 이 박물관 개관에 관심이 컸다. 중국이 2002년부터 5년 동안 진행했던 고구려 역사의 중국사 편입 프로젝트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 박물관은 ‘고구려는 중국의 고대 지방 정권’이라는 동북공정의 틀에 맞춰 구성되어 있었다. 박물관 로비에는 ‘한나라 무제가 고구려 현을 설치하고 관할 아래 두었다’고 소개하는 글귀가 있다. 제1전시실에는 ‘한당고국(漢唐古國·한나라와 당나라 시기의 옛 나라라는 의미)’이라는 명칭을 붙여 중국과 고구려가 같은 나라라고 강변한다.
중국 정부는 동북공정을 둘러싸고 한국과 갈등이 빚어지자 2004년 8월 “역사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하고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고 한국과 합의한 바 있다. 2006년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도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려 깊은 조치’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안박물관의 전시 내용들은 이런 약속을 정면으로 깨는 것이고 중국인에게 왜곡된 역사를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역사와 현실, 학술과 정치의 분리’라는 원칙을 거론했다. 역사 문제를 학술적 차원에서 풀어 가자는 논리였다. 하지만 중국은 2011년 관영 중국중앙(CC)TV 프로그램을 통해 고구려의 후신(後身)인 발해의 역사까지 중국사의 일부로 홍보했다. 역사를 정치와 현실 문제로 확대, 비화하고 있는 측은 바로 중국이다.
공산주의 중국은 건국 이후 ‘통일적 다민족국가’라는 이데올로기를 내걸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의 현(現) 국경 내 모든 민족이 역사적으로 같은 국가 체제 아래 살아왔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동북공정도 그 일환이다. 내부 결속과 통합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국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 역사를 침탈하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난징대학살과 군 위안부 문제 등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을 강하게 비난해 온 중국이 역사 문제에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 동북공정의 시정을 강하고 줄기차게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