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주말판 27일자 3면에 실린 ‘청와대 별정직 118명 명단’이 주말 내내 청와대에서 큰 화제였다. ‘청와대 사람들’ 기획기사와 함께 이들 명단이 공개되자 청와대 내에선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우리 식구들을 이렇게 다 알아냈느냐”는 반응과 더불어 “명단을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명단이 나름 보안의 성격이 있다는 주장, 로비의 대상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청와대 전체 직원 476명 중 정치권에서 건너 온 별정직,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명단을 다각도로 취재해 그들의 출신과 더불어 공개한 건 그만큼 어공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정운영은 국가 장래를 늘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당장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선거와는 다르다. 그러나 민심의 추이에 하루하루 민감해하며 선거를 치른 어공들의 초심도 국정운영의 주요한 자산이다. 선거가 끝나면 정권은 국민을 잊고 ‘역사와 대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이 지금은 싫어해도 역사는 평가해줄 것이라는 아집에 빠지기 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초반 4대 입법을 밀어붙였던 것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것도 그런 측면이 크다.
국민은 정치권에 늘 “선거 때처럼만 하라”고 말한다. 선거 때처럼 국민을 찾아다니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거다. 바로 여기에 어공들의 존재 이유가 있다. 박근혜 정권이 국민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각 부처 ‘늘공’(늘 공무원)들이 방만하고 느슨한 국정운영은 하지 않는지 감시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공들이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하루 3끼를 청와대에서 먹으며 보고서만 쓰는 현 상황이 우려된다.
어공들이 제 역할을 하려면 먼저 각자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한다. 본보가 어공 명단을 공개한 데는 스스로 옷깃을 여미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미 누가 청와대 실세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정권 공신들이 막상 청와대에 들어와 각종 비리에 연루돼 정권을 망치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 남은 5년 동안 청와대 어공들에 대한 언론의 감시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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