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연좌제’라고 불리는 연대보증이 제2금융권에서도 폐지된다. 이미 연대보증을 폐지한 은행에 이어 7월부터는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와 카드 캐피털 리스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회사 등에서도 신규 연대보증이 금지되는 것이다. 이미 연대보증을 선 사람은 앞으로 5년 안에 계약을 조정하고, 피해를 봤을 경우 국민행복기금의 도움을 받도록 했다. 이 조치로 제2금융권 연대보증인 120만 명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연대보증은 다른 사람이 진 빚 때문에 억울하게 고통 받는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진작 없어졌어야 할 제도다. 아는 사람의 부탁을 외면하기 어려워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나’ 하면서 보증을 섰다가 낭패를 당한 사례가 너무 많다. 무심코 보증을 섰다가 한순간에 모든 재산을 잃고 가정까지 파탄 난 피해자들도 있다. 대출을 받아 사업을 했다가 망하면 친인척과 친구들에게까지 ‘빚의 굴레’를 씌워 경제적 재기(再起)를 막았다. 그런 의미에서 연대보증은 채무자를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불법적인 추심처럼 전근대적 금융 행태다.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선진적인 위험관리 기법을 개발하기보다 담보가 있는데도 연대보증을 추가로 요구해 손쉽게 영업을 했다. 금융회사가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 대출을 쉽게 회수하는 수단이었다. 제2금융권 거래 가운데 14% 정도가 연대보증을 받아 놨다니 얼마나 광범하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업계 스스로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고 신용이나 담보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연대보증제 폐지는 부당한 피해자를 막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신용이나 담보가 취약한 서민들은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선원, 공사장 인부 등 근무수당을 현금으로 받는 사람들은 재직증명서가 없어 대출이 어렵고, 담보가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도 연대보증밖에 기댈 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서민 대출이 경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보증하는 ‘햇살론’ 지원 조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급전(急錢)을 구하기 막막한 서민들이 고금리 사채로 몰리거나, 금융회사들이 위험관리 비용을 핑계로 서민 대출 금리를 높일 우려도 있다.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을 보완해 주는 보증보험을 현재의 1사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바꿔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춰 줘야 한다. 정부는 연대보증 폐지 이후 서민 금융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보완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