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로 연합군 점령에서 벗어난 1952년 4월 28일을 ‘주권 회복의 날’로 정하고 61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기념식을 가졌다. 정부 주요 인사들과 중·참의원 다수, 일왕 부부까지 참석했다. 그동안 민간단체가 거행하던 것을 아베 신조 총리가 주도하면서 정부 차원의 행사로 격상했다. 아베 총리와 참석자들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는 모습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연상시킨다.
일본은 1945년 8월 패전 이후 연합군의 통치에서 벗어날 때까지 6년 8개월 동안 주권을 상실하고 미군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부의 지배를 받았다. 일본으로서는 분명 수치스러운 역사다. 그러나 전적으로 일본이 침략전쟁을 저지른 데 따른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아무 잘못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본에 35년간이나 주권을 찬탈(簒奪)당했다. 일본이 염치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아는 국가라면 자신들의 주권 회복을 기념할 것이 아니라 이웃 나라의 주권을 찬탈한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는 일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다.
작년 12월 취임한 아베 총리는 오히려 과거사와 관련해 역주행의 폭주 운전을 하고 있다. 시마네 현 의회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의 날’ 행사에 영토담당 차관급 인사를 파견하고, 역사교과서의 자국 중심 기술을 강화했다. 군 위안부 동원에 정부 간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 계승을 거부했다. 그런가 하면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들이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주변국들의 아픈 상처를 헤집었다. 심지어 아베 총리는 “침략에 관한 정의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해 일본의 침략 전쟁마저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으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독일은 과거 자국의 나치 범죄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하고 있다. 일본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워할 줄을 모른다. 일본은 어제 한국 국회가 일본 규탄 결의안을 통해 “일본의 비이성적 망동과 망언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외교적 도발행위”라고 규정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국가는 문명국가라고 하기 어렵다. 그런 일본도 불행하지만 그런 이웃을 둔 우리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베 총리는 지금 일본을 한참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