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돌아오는 숭례문을 바라보는 감격과 각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일 03시 00분


어제 둘러본 서울 숭례문(崇禮門)은 2008년 2월 화재 이전의 위엄을 되찾고 있었다. 한양도성 시절 숭례문 주변의 옛 성벽도 서쪽으로 16m, 동쪽으로 53m까지 새로 복원했다. 과거에는 자동차들이 줄을 잇는 도로 위에 숭례문 하나만 덜렁 자리 잡고 있었으나 지금은 문 양편에 성벽을 거느린 웅장한 자태를 갖췄다. 구경 나온 시민은 하나같이 밝고 흐뭇한 표정이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시민도 많았다.

국보 1호 숭례문의 복구 사업이 끝나 4일 기념식을 갖고 국민 품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이번 사업의 성격을 ‘복원’이 아닌 ‘복구’로 규정했다. 불의의 방화로 숭례문은 2층의 90%, 1층의 10%가 소실됐으나 완전히 타버린 것은 아니었다. 조선조 명필(名筆) 추사 김정희도 “뛰어난 작품”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숭례문 현판의 글씨도 천만다행으로 살아남았다. 타지 않은 자재를 활용하고 숭례문의 혼과 정신이 서려 있는 현판을 그대로 내걸게 됨으로써 역사적 가치가 계승됐다고 보고 ‘복구’라고 명명한 것이다. 국보 1호의 위상도 그대로 유지된다.

문화재가 화재와 전란(戰亂), 천재지변을 겪더라도 역사성을 이어나가는 사례는 적지 않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일본 나라의 도다이(東大)사는 8세기에 건립됐으나 화재로 불탄 이후 1709년 다시 세운 것이다. 길게 보면 문화재의 완벽한 보존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끊임없는 관리와 보수, 재건을 통해 문화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가치를 존속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5년 3개월 전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염에 휩싸여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 경악하던 그때를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나 쉽게 접근해 불을 지를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문화재 관리에 소홀했다. 국민은 자성(自省)과 함께 이 시대 우리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 숭례문을 다시 세워 올리자고 다짐했다. 국내산 중에서 고르고 고른 목재 26t, 장인들이 정성껏 구운 기와 2만3369장이 그 다짐을 웅변하고 있다. 숭례문 복구를 계기로 소중한 유산인 우리 문화재를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줄 책임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문화재에는 조상들로부터 면면히 내려온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공동체적 가치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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