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쏟아지는 경제민주화 법안 꼼꼼히 들여다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일 03시 00분


국회가 그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하도급법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자본시장법에는 5억 원 이상 등기임원 연봉 공개 등 논란을 부르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2017년까지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로 늘리는 정년연장법 개정안도 확정됐다. 청년 3% 고용을 의무화하는 입법도 이뤄졌다.

경제 5단체는 법안 통과에 앞서 “각종 규제 입법과 반(反)기업 정서가 기업의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관련 입법의 속도를 늦추거나 강도를 조절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일단 미뤄졌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 유해물질관리법 개정안, 대체휴일제 도입 등 민감한 법안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진보좌파 쪽 담론이었던 경제민주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해 이념적 중도층을 껴안고 승리의 원군을 확보했다. 박근혜정부가 이제 와서 경제민주화 약속을 저버리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날로 심화하는 양극화는 상황 변화를 핑계로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재계는 과거에 안주해 대세를 거부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입법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 등 보완책을 강제하지 않아 청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지가 커졌다. 한국 기업은 근무 연수에 따라 급여가 늘어나는 임금 체계를 갖고 있다. 20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의 임금은 1년 미만 근로자의 갑절이 넘는 경우가 많다. 재계는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부담과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지만 노조 측은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원하고 있다. 노조가 정년만 늘리고 급여는 지금처럼 받겠다고 고집하면 ‘60세 정년’은 안착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는 전(前) 분기 대비 8개 분기 연속 1% 미만의 미약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보이지 않고 엔화 약세, 북한 리스크 등 악재만 가득하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대기업에 대출한 221조 원 가운데 21.8%가 잠재적인 위험 상태에 놓여 있다. 정부 기업 가정 등 모든 경제 주체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도 힘이 모자랄 판이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각계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경제민주화 법안을 우리 현실에 맞게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경제민주화#정년연장법#경제 5단체#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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