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경환]숭례문 복구를 하며 얻은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일 03시 00분


강경환 숭례문복구단장
강경환 숭례문복구단장
문화유산은 우리 겨레의 삶의 지혜와 숨결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보배이자 인류문화의 자산이다. 특히 숭례문은 국보 1호라는 의미 외에도 600여 년간 우리 역사의 격동기를 온전히 지켜보고 감당해 왔기에 단순한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우리 민족의 자긍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토록 소중한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탓에 화마에 상처 입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아야 했다.

어디 상처 입은 것이 숭례문뿐이었으랴. 우리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잃은 국민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아팠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숭례문 복구공사는 우리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중요한 일이었다.

이번 복구공사는 어느 때보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진행됐다. 성곽의 돌 하나부터 문루의 기와 한 장까지 전통기법을 최대한 따랐다.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제대로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했던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다. 복구를 위한 해체 및 발굴 조사 과정에서 창건 당시의 원형을 정확히 알 수 있었던 것은 말할 나위도 없으며 복구공사 기간 전체에 걸쳐 잃어버렸던 우리의 전통기법들을 발굴하고 회복해 가는 과정도 그러했다.

특히 신응수 대목장, 한형준 제와장, 이근복 번와장, 홍창원 단청장, 이재순 이의상 석장 등을 비롯해 우리 전통 건축 분야의 장인들이 철저한 고증과 자료 조사를 통해 사라질 뻔했던 전통기법들을 상당 부분 회복하고 전승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크나큰 수확이었다. 해체와 발굴 작업은 물론이거니와 좋은 나무를 찾아 베는 일부터 자르고 다듬는 과정, 흙으로 기와를 빚어 구워내는 과정, 그 기와를 지붕에 올리기까지의 과정, 돌을 쪼개고 다듬어 쌓아 올리는 방법, 천연안료와 아교로 단청을 칠하기까지의 과정, 대장간에서 전통 공구를 만드는 방법과 그 종류, 그리고 그것들의 쓰임 등 해체와 복구공사에 이용된 모든 전통기법과 복구 과정을 온전히 영상에 담아 일일이 기록했다. 이 영상기록물은 향후 문화재 복구와 복원 사업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며 후대에 전통기법을 전승하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문화유산 훼손이나 재난을 미연에 막거나 경감하는 대책을 세우기 위한 기준도 마련했다. 숭례문에는 전통기법뿐만 아니라 첨단 방재 장치들이 총동원되어 있으며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통합시스템을 문화유산 관리 사상 처음으로 설치하였다. 이 또한 앞으로 문화유산 보존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다. 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복구 과정에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있었고 사라질 뻔했던 전통기법들을 발굴하여 전승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숭례문과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유산 방재 시스템 부분에서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이 모든 것들은 어쩌면 선조들이 숭례문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소중한 가르침일 것이다. 그 가르침을 따라 앞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그 전통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아닐까.

강경환 숭례문복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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