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잘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돈 냄새를 맡는다고 한다. 정치인들은 누구를 만나야 표가 되는지 알고 공부하는 사람은 전공 분야의 귀한 책이나 자료에 욕심낸다. 역학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역학자들은 특이한 사람의 사주를 보고 싶어 한다. 공부가 깊어지려면 김연아, 류현진, 추신수 같은 스포츠 스타들, 전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후보, 유력 정치인들, 대기업 회장,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 잘나가다가 갑자기 망신을 당하는 사람 등의 ‘스토리가 많은’ 사주를 많이 풀어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사주는 역학을 하는 사람들이 중국의 한나라 황제인 유방, 청나라 건륭황제 등과 함께 반드시 공부하는 사주다. 역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박 전 대통령 사주를 딱 펼치는 순간 ‘아! 혁명가 사주, 제왕의 사주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전율이 확 올 것이다.
사주를 써 내려가다 보면 글자들이 말을 한다. 글자들을 다 써 놓은 다음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떤 느낌이 온다. 그리고 그 사람의 내면 세계도 보이면서 그 사람의 감정이 이입된다. 따라서 사주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고 실은 머리와 가슴으로 푸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사주는 신문 지면을 통해 여러 번 소개되었지만 영웅의 사주를 마주하려다 보니 경건해지고 숙연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이념적으로는 좌우를 넘나들고 삶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을 보낸 사람이다. 또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 배짱, 지혜로 충만했던 지도자였다. 그러나 마지막은 비극적이었다. 자, 그렇다면 그의 사주는 어떨까?
박 전 대통령은 양력으로 1917년 11월 14일 생이다. 사주는 다음과 같다.
시 일 월 년
戊 庚 辛 丁
寅 申 亥 巳
무 경 신 정
인 신 해 사
사주를 볼 땐 제일 먼저 보는 게 태어난 날(日柱·일주)이다. 태어난 날이 그 사람의 본체를 말해 주는데 박 전 대통령은 경신(庚申)이다. 경과 신 모두 무쇠를 상징한다. 위아래 같은 오행으로 쌍을 이루고 있다. 무쇠를 두드려 만든 장군의 큰 칼이 떠오른다. 표면의 느낌은 차갑다.
경신 일주를 갖고 있는 사람은 혁명가의 특징을 갖는다. 혁명이 아니면 혁신이라도 한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하다. 경신 일주의 목소리는 녹음도 잘되고 방송을 통해 들으면 쇳소리처럼 명료하게 들린다. 목표를 정하면 절대 흔들림이 없다. 경신 일주는 군인 검찰 경찰 의사 무도인 체육인 감사기관 종사자 등에게 많다. 창업이나 시장 개척 등 새로운 일을 할 때 경신 일주인 사람을 쓰면 잘 해낸다.
경(庚)은 또 의(義)를 상징한다. 신념이 강한 사람이다. 신념이 있으므로 행동이 단호하다. 한번 믿은 것은 바꾸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 세운 목표와 믿음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 딸 박근혜 대통령이 표방하는 ‘신뢰의 정치’도 아버지의 기질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나 추측된다.
경 옆의 무(戊)가 상징하는 것은 신(信)이다. 둘을 합치면 신의(信義)가 된다. 신의를 중시한다는 걸 의미한다.
박 전 대통령은 한겨울에 출생했으니 계절상으로도 차가움 냉정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경신 일주를 갖고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마음이 맑다. 하지만 너무 차기 때문에 불(火) 기운이 있어야 하는데 다행히 태어난 해인 연주에 정사(丁巳)가 있다. 이게 불이다. 따라서 사주가 따뜻하다. 또 한기가 풀리며 재(財)와 관(官)이 유력해진다. 대길(大吉)한다는 사주다. 태어난 달에 있는 신(辛)은 호위무사다. 무장들이 나를 호위하며 대세를 형성한다.
그 다음으로 들어오는 것이 연월일시 둘째 줄에 있는 사(巳) 해(亥) 신(申) 인(寅)이다. 모두 역마살이다. 평생 천하주유하고 재와 관이 강하니 천하를 제패하는 군왕이 된다.
또 일(日)과 시(時)인 둘째 줄의 인(寅)과 신(申)은 서로 충돌하는 기운이다. 이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상징하는데 대표적으로 부부 관계를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은 두 번 결혼하는데 다행히 두 번째 부인인 육영수 여사와 배필이었다. 하지만 일과 시가 충돌하여 서로 해로하지는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왕은 제왕이되 비운의 제왕이라는 것이 사주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 필자는 40여 년 동안 주역 및 사주명리학과 동양고전을 연구해왔으며 그동안 30여 권의 역학 해설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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