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를 관통하는 메트로 지하철 ‘사법광장(Judiciary Square)’역 계단을 나서면 도심 속의 파란 섬 같은 공원이 나온다. 국립법집행관기념관(National Law Enforcement Officers Memorial)으로 불리는 이 조그만 공원에는 잔디광장을 둘러싸고 청회색 대리석이 양쪽으로 100m씩 늘어서 있다. 이 대리석에는 1792년 이후 근무 중 순직한 1만8600명의 미국 경찰관 이름이 연도별로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공원 출입구 4곳엔 어미 사자가 2마리의 새끼 사자를 굽어보는 조각상이 서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다 숨진 경찰관 모습을 어미 사자에게 빗댄 것이다. 5월이면 이들의 넋을 기리는 1만8600개의 추모 촛불이 이곳을 밝힌다.
▷미 메릴랜드 주 에미츠버그에 있는 국립순직소방관기념관엔 화재를 진압하다 목숨을 잃은 소방관 이름이 동판에 촘촘히 새겨져 있다. 1981년부터 2012년까지 화재 진압 도중 숨진 소방관 이름이 연도별로 적혀 있다. 2001년 9·11테러 때 사망한 소방관 343명의 명단도 들어있다. 해마다 10월이면 이곳에서 순직 소방관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유가족 7000∼8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열린다.
▷미 해병기지가 있는 버지니아 주 콴티코의 국립해병대박물관 내에 있는 전쟁기념관에는 1775년 미 해병대 창설 이후 전쟁에서 탁월한 공을 세워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의 메달’을 받은 해병 영웅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중고교생들의 단체관람 코스다. 제복을 입은 사람에 대한 존경심은 그가 살았거나 죽었거나 미국인들의 일상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어제 부산지방경찰청이 청사 앞에서 1989년 5월 3일 부산 동의대 사태 때 숨진 경찰관과 전투경찰 7명의 부조 제막식을 열었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법 시위를 진압하다 숨진 이들은 구천을 떠돌며 그동안 국가는 뭘 했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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