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새 대표에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이 선출됐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은 모두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이다. 호남을 텃밭으로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주도해온 민주당의 새 지도부에 호남 지역구 출신과 친노 인사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은 민주당 내 권력 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명도 민주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바꿨고 중도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당의 정강·정책도 수정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살 수 있다”며 분열주의, 온정주의, 포퓰리즘과의 결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내 탕평인사와 상향식 공천, 정책 정당의 면모 강화, 정당민주주의 실천도 강조했다. 민생 정치를 위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참여하는 여야 국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발언과 노선 변화를 놓고 본다면 과거 민주당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최근 재·보궐선거에서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정당 지지율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이다. ‘안철수 신당’이 출현하면 지지율이 3위로 추락할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127석의 의원을 가진 제1야당의 위상이 이처럼 초라해진 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성격이 짙다. 친노라는 특정 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독주하면서 내부 분열이 심했고 당의 이념은 좌(左)편향 외곬으로 치달았다. 정부와 여당에 대해서는 강경 투쟁 일변도였다. 그 결과는 다수 국민의 외면으로 나타났다.
‘김한길호(號)’ 새 지도부는 당의 앞날에 대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민주당이 앓고 있는 중병을 치유하기 위한 적임자로 김 대표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구성원들이 개혁의지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민주당 안팎에는 이른바 ‘정치 고수(高手)’와 ‘훈수꾼’이 다수 존재한다. 친노는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당 내외 반발을 극복하고 소통과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새 지도부에게 주어진 일차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은 집권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려면 민주당 새 지도부는 다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혁신과 새 정치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민주당이 경직되고 편향된 소수의 지지자들만 바라봐서는 희망이 없다. 지지 기반이 겹치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경쟁도 앞으로 불가피하다. 이 점에서 민주당이 당의 정강·정책 가운데 안보와 대북정책, 경제의 기조(基調)를 중도 계층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부 수정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에 합리적 견제 세력이 되는 동시에 정책 경쟁을 할 수 있는 야당이다. 민주당이 건강한 대안 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