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장에 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평양은 미얀마와 같은 나라에서 진행되는 사례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가 개혁하면서 더 많은 무역, 투자, 외교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거기에는 미국과 한국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급사하면서 북한의 지도자가 된 김정은에게 ‘미얀마 모델’을 콕 찍어 제시한 것이다.
군부 철권통치로 악명 높던 미얀마는 2011년 3월 테인 세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가의 진로를 수정했다. 세인 대통령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의 가택연금을 풀고 자유선거를 실시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억7000만 달러 지원과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다. 이후 미얀마는 연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400억 달러를 넘고 있다. 북한이 가야 할 길은 핵·경제 병진(竝進)이 아니라 바로 미얀마식 개혁개방이라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충고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분명하게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북한이 위기를 만들어 보상받는 시기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북한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또 한미 정상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지난 60년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에 크게 기여한 한미동맹의 성과를 평가한 뒤 향후 협력의 범위와 틀을 넓히고 재정비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이 전후의 잿더미에서 세계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하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것은 군사동맹인 한미 동맹이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 줬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이제 한반도 평화를 넘어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가치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이 지역의 평화와 공동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인 ‘서울 프로세스’를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 북한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해 북한에도 동참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 만큼 미국의 전폭적 협조가 필요하다.
야당은 한미 양국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만한 구체적인 복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일은 끊임없는 압박과 설득을 통해서만이 가능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두 정상의 합의를 실천하는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