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자 낸 공공기관장들의 먹자판 성과급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9일 03시 00분


지난해 손실을 보거나 순이익을 한 푼도 못 낸 공공기관장 104명이 총 29억89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성과급을 포함해 받은 보수는 모두 137억9500만 원. 이들이 경영한 공공기관은 작년에 11조632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

민간 기업에선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경영 성과가 없으면 성과급은커녕 월급도 줄어든다. 공공기관의 적자(赤字)는 정부 국책 사업이나 요금 동결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도 적자가 쌓인 기관의 장들이 많은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리가 곧 돈이라면 곤란하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 2045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사장은 기타성과상여금으로 3억2500만 원을 받았다. 3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예금보험공사, 한국전력공사와 순이익이 ‘0원’이었던 신용보증기금의 기관장들도 각각 1억3600만 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정부가 만든 경영평가 기준에 따라 정상적으로 받은 성과급이라는 게 이 기관들의 변명이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1곳은 매년 160명에 가까운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의 경영평가를 받는다. S부터 A∼E 6개 등급 가운데 S등급을 받은 기관과 기관장은 최고 300%의 성과급을 받고 D, E등급은 인센티브가 없다.

그러나 평가단이 공기업의 실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서류를 그럴듯하게 꾸미는 기관에 높은 점수를 주기 일쑤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 10여 명이 별도 부서를 만들어 1년 내내 평가 준비만 하거나, 컨설팅을 받느라 수억 원을 쓰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공기업 경영평가 제도를 평가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 지도 오래됐다.

지난해 말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493조4000억 원으로 500조 원에 육박했다. 나랏빚을 합치면 1000조 원에 가깝다. 부채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지난해 말 138조 원이 넘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도 수십조 원씩의 빚을 지고 있다. 결국 세금이나 전기요금 등으로 갚아야 할 빚이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돈 쓸 곳은 많아 정부 당국자들은 입만 열면 “세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공공기관들은 감사당국의 눈을 피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아무리 주인 없는 기관이라고 해도 도덕적 해이가 너무 심하다.
#공공기관장#손실#적자#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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