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봉주]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어린이들이 행복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은 기본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돼야 한다.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사회성과 인성도 기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이들 스스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즐거워야 한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그 약속을 지키려면 우선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의 행복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아야 한다. 현재 상태를 모른다면 앞으로 그 약속을 얼마나 지켜나갈지 알 수 없다. 일종의 공약(空約)인 셈이다.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동아일보와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기획으로 발표한 ‘16개 시도 어린이행복종합지수’ 연구 결과는 그래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일단 현재 한국 어린이의 행복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실증자료를 이용하여 지수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후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일종의 기본선을 설정한 셈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그동안 아동의 삶 연구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관적 행복감과 여유 아량 등 인성 부분에 대한 지표를 포함했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를 맡아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오래전에 화두가 됐던 ‘참살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참살이는 이미 식상하게 들릴 정도로 자주 쓰였지만 그간 우리는 이 개념을 성인에게만 적용해왔다는 것을 조사 진행 과정에서 절감했다.

어린이에게도 참살이가 중요하다. 아동기는 단순히 장래 성인이 될 때를 대비해 노력하는 과정만이 아니다.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야 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아동기를 미래를 위한 준비기간으로만 너무 강조한 것은 아닐까라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어린이의 전반적인 삶의 질 수준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들의 행복감, 주관적 만족감 등이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졌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나치게 학업성취만을 강조하는 환경이 어린이들의 주관적인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 자살에서 드러나는 지나친 경쟁 위주의 양육방식을 벗어나 전인적인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양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연구로 우리 어린이들의 종합적인 행복도를 측정할 기초통계는 마련됐다. 이제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어린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음 조사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지금보다 행복해졌다는 결과를 기대하려면 지역·계층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아동친화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강화하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어린이#안전#참살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