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연 2.5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한은이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박자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흐름에 보조를 맞춘 측면도 있다. 외신들은 “한국도 글로벌 환율 전쟁에 참전했다”고 분석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추가경정(추경) 예산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 변화와 유럽중앙은행(ECB), 호주 등의 금리 변동’을 금리 인하의 이유로 꼽았다. 이달 들어 ECB에 이어 덴마크 인도 호주 폴란드가 금리를 내렸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자국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다. 특히 일본의 공격적인 돈 풀기에 따른 ‘엔저(低)’ 현상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졌다. 원화가치 상승과 금리 차익을 노린 단기 투기성 자금 유입도 우려됐다. 정부와 국회가 경기 부양을 위해 17조3000억 원의 추경 예산을 통과시키며 한은을 압박하자 금리 동결을 고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늦게나마 한목소리를 낸 것은 긍정적이다. 정부와 한은이 책임을 떠넘기며 시장 혼선을 부채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경기 살리기에 나서자 한은은 “경제 성장세가 현재 개선되는 상태”라며 금리를 동결해 정부와 시각차를 보였다. 김 총재는 이달 초 “지난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도 굉장히 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안 돼 “지난달과 경기 전망이 달라진 게 없다”면서도 금리 인하로 급선회해 등 떠밀려 뒷북을 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일각에선 “김 총재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기 색깔을 드러내려다 힘에 밀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추경과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 경제에 반영되려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투자와 소비, 수출이 침체된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 정책의 시차를 줄이려면 정부가 추경 예산 집행의 속도를 내야 한다. 시장에 풀린 돈이 생산적인 기업 현장으로 흐르지 못하게 막는 금융권의 병목 현상도 해소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돈 풀기 경쟁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 증가와 물가 상승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3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6%, 설비투자는 6.6% 하락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은 단기적인 진통제에 불과하다.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기업 투자의 불씨를 살려내야 시장의 윗목까지 온기가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