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자택에 50대 괴한 2명이 소주병 크기의 화염병 2개를 던진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화재가 일어나지는 않았고 다친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에 화염병을 던진 행위는 인명 살상을 노린 테러다. 경찰은 반드시 범행의 배후를 밝혀내야 한다.
원 전 원장은 현재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법에 따라 법원이 그에 상당하는 처벌을 내릴 것이다. 이번 화염병 투척은 이 문제와 관련돼 있을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적(私的)인 보복이나 응징은 어떤 형태로도 허용될 수 없다. 원 전 원장은 검찰 수사에서 아직 혐의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다.
지난달 23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 운운하는 협박 편지와 함께 밀가루가 든 소포가 발송된 적이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월 26일 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관진, 원세훈, 현인택(전 통일부 장관), 천영우 씨(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5명을 ‘가차 없이 처형해야 할 21세기 을사오적’으로 꼽았다. 이번 화염병 투척과 김 장관에 대한 괴소포 발송이 용공 분자들의 소행인지도 알아봐야 한다.
과거 정부 주요 인사와 정치인들이 북한의 사주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테러의 표적이 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박 대통령은 테러로 어머니를 잃었고, 자신도 선거 유세를 하면서 얼굴에 중상을 입었다. 현직에 있는 김 장관은 말할 것도 없고, 원 전 원장도 얼마 전까지 국가정보기관 책임자였던 만큼 중요한 신변 보호 대상이다. 차제에 주요 인사에 대한 경호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화염병 투척과는 별개로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은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게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의 전·현직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고 국정원 청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수사축소 의혹과 경찰 수뇌부의 수사 부당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실체적인 진실 규명이다. 검찰은 정치권력에 휘둘려서도 안 되지만 정치권이나 여론의 눈치를 봐서도, 시류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국정원 사건이 불거진 과정과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도 속 시원히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