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상임금 뇌관, 勞使政 대타협으로 제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1일 03시 00분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과 만났을 때 “통상임금 문제는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인 만큼 꼭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애커슨 회장이 “엔화 약세와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면 절대로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한 언급이었다. GM은 올 2월 5년간 80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휴일 야근 잔업 수당과 퇴직금 등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된다. 기업들은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따라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3월 “미리 정해놓은 비율을 적용해 분기별로 주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깨고 정부와 다른 해석을 내놓자 노동조합의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GM 회장의 발언은 이에 대한 우려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반영되면 각종 수당과 퇴직금도 따라서 오른다. 휴일 근무와 잔업이 많은 자동차와 조선업계에는 발등의 불이다. 노조와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국GM은 패소할 경우 물어야 할 비용 8100여억 원을 지난해 실적에 반영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면 법으로 보전해줘야 할 3년 치 소급분 등으로 38조6000억 원의 기업 부담이 늘어나고 일자리 37만∼41만 개가 날아간다고 주장한다. 생산성과 무관한 인건비 급증은 경기침체 속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통상임금 논란은 생산성과 연계되지 않은 왜곡된 임금체계와 경직된 노사관계, 허술한 제도가 낳은 사회적 갈등이다. 노사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1980년대 이후 임금이 급상승하면서 노사갈등이 고조됐다. 기업들은 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기본급 대신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늘려 대응해 왔는데 이제 그 부메랑을 맞게 된 것이다. 통상임금에 대한 정부 방침과 법원의 해석이 다르다 보니 회사마다 일일이 소송을 벌여 법원의 판단을 물어야 할 판이다.

노동계는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돌려받자는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투자와 기존 인력을 줄이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 노사가 합리적인 고통 분담 방안을 마련해 일자리도 지키고, 근로자의 이익도 챙기는 상생의 모범답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법원의 결정에 맡기기보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노사정협의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박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풀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대니얼 애커슨#통상임금#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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