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적의 재미동포 인턴 여대생의 신상정보는 물론이고 부모의 고향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엉뚱한 여성의 사진도 나돌고 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신상과 사진 공개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로 절대로 용납 못할 일이다. 미국 측에서도 시민권자인 피해자와의 접촉은 삼가 달라고 우리 대사관 측에 요청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연예인 박시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여성의 신상과 동영상이 모바일을 통해 유포됐고 성추문 검사에게 피해를 본 여성의 사진을 열람하거나 유출한 검사 5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성범죄를 당한 고통도 끔찍한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유혹했다거나 본인이 올바로 처신하지 못한 탓이라고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피해자의 ‘신상 털기’는 성범죄 못지않은 인격살인이다.
성추행 사실을 처음 폭로한 미국 내 한인 생활정보 사이트 ‘미시USA’를 해킹했다는 한 웹사이트 회원의 주장이 이 사이트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의 그릇된 소영웅 심리를 그냥 넘길 수만은 없다. 이 사이트에는 보수이념을 가졌다는 이유로 윤 전 대변인을 두둔하고, 사건을 폭로한 미시USA를 해킹한 것이 옳다는 식의 주장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는 또 다른 나라망신이고 보수를 욕보이는 짓이다. 성추행과 해킹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인격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