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민수]안전성 위협받는 노후아파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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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대통령과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향후 도시주택 정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대부분 부동산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거대 도시의 유지관리에 대한 고민은 그다지 엿보이지 않는다. 특히 많은 국민이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노후화는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2016년경에는 준공 후 20년 이상 되는 아파트가 500만 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의 노후화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있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을 투기 대상으로만 인식해 행정 규제에 골몰해 온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재건축 최소 연한은 30년으로 늘렸고, 온갖 도시계획심의가 붙으면서 제대로 된 계획도 어려운 상태다.

리모델링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국토부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수직 증축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옥죄는 규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형 평형을 나누어 가구수를 증가시키는 데도 제약이 있고, 거꾸로 가구를 통합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그동안 홈오토메이션이나 층간소음 방지, 단지 내 조경 등 주택건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런데도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시민들을 낡은 주택에서 거주하도록 강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건축에 부정적인 측에서는 환경에 대한 배려 없이 개발이익의 극대화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한다. 물론 조합원의 영리만을 목적으로 재건축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것은 규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심각성은 국내에서는 물리적인 안전에 위협받는 공동주택이 의외로 많다는 데 있다. 일례로 1990년대 이전에 계획된 건물이나 공동주택은 대부분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또 과거 20여 년 전에 지은 공동주택은 정부에서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던 시절에 건설한 것이다. 당연히 골조나 설비, 자재 모두 시중에서 가장 싸구려 제품으로 시공할 수밖에 없었다. 또 수도권 신도시 건설에는 염분이 함유된 바다모래가 대량 사용되었는데, 이로 인한 균열 등 염해(鹽害)는 20년이 지난 후부터 심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의 노후화를 억제하려면 현 시점에서 개보수나 리모델링이 매우 중요하다.

설비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더구나 과거에 시공된 건물은 설비배관이 벽체에 매립되어 있어 고장이 나더라도 그대로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또 주차시설 부족이나 승강기 노후화, 중앙난방, 외벽 누수 등으로 주거 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이러한 주거 여건을 고려할 때 도시주택 정책 측면에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더이상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재건축은 신규 택지 개발 없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난개발 확대를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 대량의 폐기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요즈음 폐콘크리트는 전량 재활용하는 추세다. 따라서 자원이 낭비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제는 과거 개발 시대에 건설되었던 주택 200만 채의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사업과 같은 범국가적인 도시정비 프로젝트가 입안되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향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노후 아파트#부동산 대책#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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