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규일]‘한반도’라는 말은 민족정신에 대한 모욕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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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일 제주대 명예교수
최규일 제주대 명예교수
말의 의미를 모르면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법이다.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의 모색’ 세미나에서, 이른바 정부 요직 인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정치학의 대석학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한반도’란 말을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현장을 나는 지켜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6일 열린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에서도 유독 일본인 발표자는 한반도라는 말을 쓰면서 영토 문제를 강하게 언급했다.

왜 ‘한반도’란 말을 쓰면 안 되는가.

‘한반도(韓半島)’란 표현은 지난 역사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절반은 섬’이란 뜻의 ‘반도(半島)’로 규정하여, 이 땅을 일본 열도(列島)에 편입시켜 속도(屬島)로 삼아 속국(屬國)으로 식민지화하려는 저의가 짙게 깔린 용어다. 여기서 ‘반도’란 조선의 비칭이며, 침략자 쪽에서 일본이 우리를 모욕하기 위해 ‘특별히 사용한 용어’임을 알아야 한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우리 역사와 정치를 왜곡시킨 말이다.

이러한 뜻을 모르고 무심코 지금까지도 계속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민족정신을 모욕하는 일이다. 늦었지만 우리가 써서는 안 될 일본인의 속셈이 담긴 일본식 한자어임을 자각하자. 더구나 의식 있는 지성인이라면, 이 말은 이제 버려야 할 언어 유산이요, 폐기처분해야 할 말이다. ‘지성인이 되려면 언어불감증에서 퍼뜩 깨어나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6·25전쟁으로 분단국이 된 이래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가 이 서러움과 고통을 극복하지는 못할망정 스스로 반도임을 인정해야 하는가.

언어는 외교의 가장 기초요 기본이다. 외교의 기초는 언어 구사에서 출발한다. 잘못된 언어 습관은 고쳐야 한다. 국어는 일상생활의 기초가 되는 나라의 기본법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이 기회에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의 ‘한반도’란 용어도 우리말로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 행복 시대, 우리의 국호를 살려 ‘대한민국’을 크게 외쳐 보자. 이제부터 ‘한반도’란 표현은 버리자. 특히 일본의 왜곡된 용어들을 정화(淨化)하면서, 일본식 언어 표현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우리식의 우리말 표현을 하도록 힘쓰자. 그것은 우리의 자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우리말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의 열쇠’를 찾는 이들이 많을수록 대한민국은 더 빛난다. 나라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최규일 제주대 명예교수
#한반도#절반은 섬#민족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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