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폭탄의 낙진 덮어쓴 대통령… 사과의 치욕, 인사 실패의 부메랑
참모는 卒이 아니고 운명 동반자… 인적권위 없으면 국민신뢰 못얻어
진정한 적재적소 인사의 의미, 금후 인사에서 살려내면 전화위복
윤창중 사건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人事)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항간의 개탄은 “도대체 그런 미친 사람이 있나”로 시작해 “어떻게 그런 사람을 골랐나”로 끝난다. 그토록 고집한 인사가 대국민 사과의 치욕으로 이어졌으니 대통령은 누구를 탓할 것인가. 대통령은 자신이 임면권을 갖는 사람들을 졸(卒)로 볼지 모르지만(받아 적기 선수들만 모인 것 같아 정말 졸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정권의 운명 동반자임을 윤창중 사건은 말해준다.
민주국가의 대통령 권력은 총구가 아닌 인사권에서 나온다. 그러나 인사 붕괴의 낙진은 대통령이 뒤집어쓰기 마련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권력의 절대주주는 책임의 절대주주가 되는 것이 맞다. 대통령의 막강한 인사권이 양날의 칼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내 마음에 든다고 내 맘대로 인사를 해서는 안 되는 현실적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부는 다수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가 많은 국민의 믿음을 얻는 데는 ‘인적 권위’가 중요하다. 인적 권위의 중심에는 대통령이 있지만, 대통령만이 정부의 권위를 완성할 수는 없다. 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청와대 핵심비서 자리에 ‘아, 저 정도 인물이면 괜찮겠네’ 하는 평판을 들을 만한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야 한다. 윤창중처럼 대형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해서 곧 적재(適材)는 아니다. 대통령 말고는 아무도 장관감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인사권의 힘으로 장관 자리에 앉힌다고 해서 장관의 권위와 리더십이 생기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다른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으면 끝내는 대통령이 불신 받게 된다. 집을 하나 짓는 데도 잔가지들을 모아 기둥과 들보를 세울 수는 없다.
국정은 실험이 아니고 실전이다. 장차관과 비서에게 연습을 시킬 수는 없다. 인사 시행착오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장차관이 되고 나서 ‘배우면서 잘해보겠다’고 하는 수준의 인물이라면 애당초 배제해야 옳다. 국회의원들이 윽박질러도 국민을 위한 정책을 소신 있게 조곤조곤 설명해 의원들을 설득할 실력과 내공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표준 답변’만 되뇌며 그저 머리나 조아리는 장관에게 국민이 무슨 기대를 걸겠는가. 밑에서 짜준 일정에 따라 관계기관을 돌지만 그곳이 무얼 하는 곳인지 실체도 모르고 엉뚱한 질문이나 해서는 민간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대통령이 앉혀줬으니 관료조직 속에 적당히 묻혀, 사고 안 치고 어영부영 때울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들의 세계에서 그런 장관이 국민을 위한 창의적 도전과 개혁에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못 미치는 사람을 굳이 깜짝 발탁하는 것은 신선하다기보다 위험하다. 정부에도 국민에게도.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은 워싱턴 사건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직무를 이해하고, 실천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이들은 본연의 역할을 위해 원만하고 적극적으로 언론과 소통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통령의 마음을 샀는지는 몰라도 언론의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했다. 워싱턴에서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언론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조직 내부의 신상관리에 더 신경 쓴 사람들이다. 많은 기자들이 이렇게 평가한다면 이들은 그 자리의 적임자가 아니다. 이런 인사가 성공적 인사일 수 없다.
낙마하긴 했지만 김용준 국무총리 카드는 대통령 인사관에 적지 않은 의문을 갖게 했다. 책임총리가 아니라 얼굴마담 총리, 대독(代讀) 총리, 무늬만 총리, 그 어떤 총리라도 총리 직은 격무이다. 김 씨가 시도 때도 없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더러는 대통령 직무도 대신하고, 수많은 국민과 행사 속을 넘나들며 작은 목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대통령 당선인은 판단했던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그야말로 그 다음 문제라고 나는 생각했다.
대통령은 앞으로도 많은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윤창중 사건을 거울 삼아 ‘인사 리모델링’을 잘한다면 대통령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강조했던 대로, 최고의 능력 있는 인재들을 영입해 적재적소에 앉히고 나랏일을 잘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준다면….
그야말로 인재다운 인재를 찾아내고 용인(用人)하는 것은 대통령 성공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제 후배 기자들과 함께 윤창중 사건에 대한 어느 시민의 반응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윤창중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해 주로 말했다. “그분의 인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분의 인생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해요.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이잖아요. 대통령이 된 입장에서는 그간의 삶의 태도를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이 시민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라고 정말 응원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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