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금 있으면 여름이 오고 호우와 함께 산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몇 달 후면 우면산 산사태(2011년 7월 27일)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되지만 원인조차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진실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나서 원인을 제대로 밝히겠다고 수억 원을 들여서 의뢰한 원인조사 용역 결과는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면산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커진 원인과 책임소재를 밝히려면 아래 사항들을 살펴봐야 한다.
먼저 우면산 산사태 위험성에 대한 사전 경고다. 이미 필자는 1997년에 우면산이 산사태에 위험하다는 논문을 발표했고 이는 당시 신문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우면산 산사태 10개월 전인 2010년 9월 21일 폭우 때 우면산 지역 두 군데서 큰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규모는 2011년 당시 우면산 산사태와 비슷했다. 필자는 당시 현장 조사를 통해 산사태 대비책이 거의 없다는 점을 파악하고 오세훈 시장 비서실에 49쪽의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산사태에 대한 사전 대비도 중요하다. 1960년대 초부터 우면산과 주변부에 공군부대, 터널, 산책로, 아파트들이 개발됐지만 지난 50년간 서울시는 산사태 대비에 소홀해왔다. 또 강우량도 고려해야 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는 피해는 컸지만 강우량은 그 전 해에 발생한 산사태 때보다 적었다.
우면산 산사태는 제대로 판단했다면 당연히 인재 측면이 많다고 해야 옳다. 그러나 두 차례의 원인조사보고서에서는 산사태 발생시간을 왜곡해서 120년 빈도의 기록적인 폭우가 주원인이라고 과장하였다. 더군다나 사전에 오랫동안 수차례의 전문가 경고와 서울시의 무방비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보고서 내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이달 15일 서울시가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한다는데 두 차례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참석을 거부한다는 데도 서울시는 엉거주춤하며, 오히려 시민대토론회 논제를 사전에 정하겠다고 한다. 서울시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산사태가 발생하면 공무원들은 유리한 학자에게 원인조사 용역을 맡기고 기록적 폭우로 인한 천재라는 식의 보고서가 나오는 게 관행이다. 이 보고서 때문에 피해자들은 소송을 해도 질 수밖에 없으나, 공무원은 책임도 안 지고 오히려 막대한 복구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는 권한까지 행사한다. 필자는 오랜 경험을 통하여 이런 고질적 관행을 알고 있어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직후에 언론 및 국회 국정감사 증언에서 관행상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원인규명이 어렵기 때문에 세계 최고 산사태 전문가들로 국제자문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고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해서 2011년 말 조사팀에 참여했는데, 국고가 포함된 1200억 원의 사업비를 쓰면서 원인을 제대로 밝히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원인도 모른 채 복구공사도 수의계약으로 밀어붙이며, 예방공사의 타당성도 의심스러운 총체적 부실, 복마전이라 ‘TF팀을 떠나며’라는 글을 서울시에 보내고 사퇴하였다.
지난 2년간 우면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언론에 수십 차례 보도됐는데도 아직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없다. 만약 이런 방치가 계속된다면 제2, 제3의 우면산 산사태가 또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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