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밀양 송전탑 갈등 8년, 이젠 끝낼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한국전력과 경남 밀양시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놓고 8년 동안 이어져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제 만났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들 사이의 갈등은 송전 선로의 개설 계획이 알려진 2005년 시작됐다. 한전은 밀양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8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 울산 울주군, 경남 밀양시, 창녕군의 5개 시군을 거치는 90.5km 구간에 철탑 161기를 세우고 선로를 가설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밀양 지역 약 30km 구간에 설치되는 송전탑 52기의 공사는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다. 이 바람에 선로 개통이 2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3조2500억 원을 들여 지은 140만 kW급의 신고리 원전 3호기는 올해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내년 9월에는 신고리 4호기의 상업운전도 예정돼 있다. 밀양 구간 선로를 잇지 못하면 우회 선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리 원전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렵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올겨울 전력 수급이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밀양 주민은 주민 건강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송전탑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선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地中化)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밀양을 7번이나 방문한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중화만 빼놓고 모든 것을 해주겠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선로에는 765kV의 고압 전류가 흐른다. 765kV의 케이블을 지하에 묻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지중화를 위해서는 밀양 구간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345kV로 전압을 낮춰야 한다. 공사기간은 12년, 비용은 전체 사업비의 약 5배인 2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국가적 낭비가 불가피하다.

당장 송전탑 공사를 재개해도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 시점인 올해 말에야 공사를 끝낼 수 있다. 정부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화 창구를 가동해 주민 불신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전국에는 765kV 송전탑이 이미 900여 기 건설되어 있다. 주민들도 송전탑 백지화나 지중화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모두가 승자가 되는 해법에 협력해야 한다. 한전 측은 현실적인 보상 방안과 진정성 있는 대화로 주민의 마음을 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160여 개의 송전 선로가 건설되고 있다. 밀양 이외에 전북 군산시에서도 새만금 송전탑 건설을 놓고 6년째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차제에 전력 인프라 현대화를 합리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갈등 해결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