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어제 개성공단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을 논의하기 위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공개 지시에 따른 것이다. 4월 11일 개성공단 통행금지 조치를 풀기 위한 제의, 같은 달 25일 당국 간 실무회담 제의에 이은 세 번째 대화 요구다. 북한은 이달 3일 개성공단의 임금과 소득세, 통신료 등으로 1300만 달러를 받고도 우리 기업 소유인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추후 이 문제를 논의키로 약속한 만큼 조속히 회담 제의를 수용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가동 10년 만에 ‘유령 공단’이 된 것은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다. 연례적인 군사훈련을 트집 잡아 통행을 제한하고, ‘최고 존엄 훼손’ 운운하며 인도적인 차원의 식량 반입마저 거부하는 바람에 정부는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우리 측 인원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통일부 제의를 통해 내심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을지 모른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북한의 대화 제의 수용이 전제조건이지만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신뢰프로세스 추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현물가액 30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개성공단 제품 반출에 북한이 동의할 경우 국내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남북관계 복원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정치와 군사논리를 앞세워 툭하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협박하고 멋대로 통행을 막을 경우 개성공단의 미래는 밝지 않다. 박 대통령이 “단순한 정상화가 아니라 국제화를 위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북한이 국제사회와 한 약속과 개혁에 대한 안전장치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태 해결에 전향적으로 호응하고 남북 간에 신뢰 형성의 단초가 마련된다면 박 대통령이 제안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구상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 대결의 상징인 DMZ가 유엔과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평화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북한 내부에서도 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김정은은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