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베트남에서는 어린이들의 영양실조가 심각했다. 그러나 가난한 가정에서도 유독 튼튼한 아이들이 있었다. 미국 연구팀은 이들이 들과 논에서 뛰놀며 달팽이나 곤충 등을 잡아 조금씩 자주 먹으며 허기를 때운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 아이들의 식사법을 보급해 영양실조 퇴치에 기여했다.
▷곤충은 과거 수렵과 채집을 통해 살아가던 인류의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농경이 대세가 된 지금도 세계 20억 명이 딱정벌레 애벌레 벌 개미 메뚜기 귀뚜라미 등 1900여 종의 곤충을 먹는다. 중국은 두부에 개미나 메뚜기를 넣어 먹고, 동남아에서는 베짜기개미 알을 진미로 친다. 보릿고개를 겪었던 한국의 중장년들이라면 메뚜기 번데기 등으로 허기를 달래던 ‘식용 곤충’의 추억을 갖고 있다.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미래의 식량 대안으로 곤충을 주목하고 있다. 2050년 90억 명으로 불어날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고단백 저지방에 마그네슘 철 아연 같은 무기질이 풍부한 곤충만한 대안이 없다는 거다. 곡물과 육류 생산을 위한 농경지와 목초지는 자연을 훼손하지만 곤충은 그런 우려가 없어 일석이조다. 문제는 식용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하고 안전하고 친환경적 생산법을 개발하는 일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식용 곤충의 연구개발 투자에 나섰다. 마르셀 디커 바헤닝언대 교수는 “2020년경 슈퍼에서 벌레를 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구상 동물 중 가장 많은 게 곤충이다. 알려진 것만 약 100만 종이 있다. 유기물 분해나 꽃가루받이도 곤충이 한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내에 멸종한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했다. 최근에는 식용 이외에 해충 방제, 사료, 약재, 환경 정화, 애완용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동의보감’에 약재로 쓰이는 곤충 목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곤충을 여러 용도로 활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도 2011년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해 곤충의 산업적 가치를 주목했다. 이쯤 되면 “벌레만도 못하다”는 말이 곤충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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