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은 나쁘게 생기지 않았어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때로는 아는 사람이…”라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실종·유괴예방 교육현장. 우리는 사람을 믿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서로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현실에서 더 시급한 것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실종·유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 사회의 자세다.
‘관심’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일에 주의를 기울여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아동의 실종·유괴라는 일은 더욱 그렇다. 당사자인 실종자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 관심은 자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그 자녀의 성별에 따라서도 그 정도가 달라진다.
예전에 모 언론사 기자는 “내가 아이가 없었을 때는 몰랐는데 아빠가 되니 아동 관련 사건들이 달리 보이고, 태어난 내 아이가 딸이다 보니 아동 관련 범죄자는 엄하게 처벌하자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더라”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대부분 사람의 마음이 이와 같을 거라는 생각에 새삼 ‘관심’을 받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는다.
실제로 실종·유괴예방을 위한 교육현장에는 이렇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실종·유괴의 당사자인 아동, 자녀를 둔 부모 그리고 교사, 직접 아이들에게 예방교육을 펼치는 봉사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실종아동 중 미발견 건수는 12명, 2013년 현재 43명이다.
딸을 잃어버린 지 벌써 15년이 된 송나영(가명) 양의 아버지는 생계를 뒤로한 채 전단과 현수막을 붙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트럭을 몰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헤매는 동안 송 씨 가정은 해체되었다. 송 씨는 “누구라도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라면 맘 편하게 살 수는 없다. 내가 겪는 고통의 과정들을 실종자 가족들이라면 누구나 겪는다”고 말한다.
송 씨가 하루빨리 딸을 찾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실종된 아동을 찾았던 많은 사례를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들의 ‘관심’이었다. TV, 전단, 요금고지서 등을 통해 접하는 실종아동 사진과 사연을 ‘관심’ 있게 살핀 제보자들이 숨은 주역이었다.
‘관심’이 없다면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제보도 없었을 것이고, 상봉이라는 감동의 결실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종된 아동을 찾기 위해서는 몇몇 관계자의 ‘관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실종아동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리액션’을 잘해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적절하게 반응하고 받아들이는 ‘리액션’.
누구나 한 번은 주변에서 실종아동을 찾는 애타는 심정의 가족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또 실종된 아동을 찾기 위한 수많은 사진을 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때 자기 주변에 지나가는 아이들이 ‘혹시 사진 속의 저 아이가 아닐까’ 하고 한 번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준다면, 또 그런 ‘리액션’을 보여준다면 잃어버린 아이 때문에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가족들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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