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꽃미남도 아니고 50대 아저씨와 커피 한 잔 마시는 데 내야 하는 돈이 무려 6억7700만 원이란다. 최근 미국의 온라인경매사이트 채리티버즈에서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의 1시간 티타임을 자선 경매에 내놓았는데 61만 달러에 낙찰됐다. 예상가는 5만 달러였지만 85명이 응찰하는 바람에 가격이 한껏 올라갔다.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티타임 장소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 여행 경비는 본인 부담, 대화는 비공개에 게스트 한 명을 대동할 수 있는 조건이다. 경매 수익금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 인권정의센터에 몽땅 전달한다. 기업가의 시간을 경매하기 시작한 것은 워런 버핏이 원조다. ‘버핏과의 점심식사’ 행사는 2000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346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40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미국에는 유명 인사와의 개별적 만남을 주선해 자선기금을 모으는 단체가 여럿 있다. 2005년 설립된 채리티버즈의 경우 세계 1000여 개 비영리기관을 돕고 있는데 온라인 경매로 6000만 달러를 모금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단체의 목표는 ‘잘 먹고 잘 살자’가 아니라 ‘선을 행하면서 잘 살자’이다. 이 단체 사이트에는 가수 셀린 디옹과 레이디 가가 등 스타를 직접 만나거나, 존 매켄로 같은 왕년의 테니스 스타와 함께 게임을 하거나, 유명 셰프가 차린 식탁에 초대받거나, 인기 드라마에 엑스트라로 얼굴을 비치는 등 꿈에 그리던 만남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올라 있다.
▷자선 경매는 낙찰자가 추억을 만들면서 착한 일도 할 수 있고, 시간을 기부한 사람은 자신이 지지하는 단체를 도울 수 있는 이벤트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기’인 셈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한 가수와의 점심 식사를 경매에 부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다. 자선 나눔 배려 사회공헌을 확대하기 위한 모금방식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놀랍지만 아름다운 뉴스’가 나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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