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그제 서울광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모문화제에 참석했다가 일부 친노(친노무현) 추모객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일부 추모객은 “등에 칼을 꽂은 ×이 왜 왔느냐”는 등 심한 욕을 했다. 그의 멱살을 잡거나 가슴팍을 때린 이도 있었다. 김 대표는 예정된 추모사를 취소하고 행사장을 떠나야 했다. 그는 “가슴팍이 아팠는데 가슴속은 더 아팠다”고 말했다.
한때는 같은 당에 속했던 사람들이 계파가 다르다고 김 대표를 이렇게 적대시하는 것은 배타주의의 극치다. 새 민주당 지도부가 이달 10일 노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도 친노 핵심인 배우 명계남 씨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명 씨는 김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을 이용해 먹지 말라”고 외쳤고, 조경태 최고위원에겐 “저리 가라 ××놈, 인사하기 싫다, 죽고 싶나”라고 막말을 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 하지 말라”고도 했다. 영화 속처럼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런 험한 말을 했는지 몰라도 도가 한참 지나쳤다.
김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일등 공신 중 한 사람이다. 친노가 그런 김 대표에게 행패를 부린 건 노무현 정신을 욕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친노 세력은 2007년 대선 이후 민주당과 갈라섰다가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으로 합당하면서 다시 한 지붕 밑으로 들어갔다. 이후 한명숙 문성근 이해찬 순으로 대표직을 맡으며 당권을 장악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씨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 친노 세력이 당을 이끈 작년 4월의 총선과 12월의 대선에서 패했으니 친노 책임론이 불거진 것은 당연하다. 5·4전당대회에서 비노(비노무현)인 김 대표가 선출되고 친노가 축출되다시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한 달여 사이 명계남, 문성근 씨는 민주당을 뛰쳐나갔다. 이제 와서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심보 아니고 뭔가. 일부 친노 인사들의 독선적인 언행은 전체 친노 세력을 욕되게 하면서 민주당을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뿐이다. 진정 민주당을 위한다면 친노는 더욱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