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머리에 슈퍼모델 같은 미모. 야후의 최고경영자(CEO) 머리사 메이어는 등장할 때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해 7월 CEO로 임명됐을 땐 만삭의 37세 임부였다. 6개월 치 봉급이 400억 원. 구글의 초기 화면을 디자인한 그는 글자 크기와 색깔까지 꼼꼼히 챙겨 별명이 ‘인터넷업계의 스티브 잡스’란다. 남편은 변호사 출신의 잘생긴 벤처투자가 재커리 보그로 2009년 결혼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는 여성 스타가 많다. 1세대라 할 수 있는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는 2000년대 초 가장 주목받는 여성이었다. 대주주이자 창업자인 휼렛 가문과 대결을 벌여 컴팩을 인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비즈니스업계 ‘철의 여인’으로 불렸지만 회사를 회생시키지는 못하고 6년 만에 퇴진했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보다 더 많은 연봉(약 290억 원)을 받고 있고, HP의 멕 휘트먼 CEO는 이베이를 세계적인 인터넷 경매업체로 키운 경력을 갖고 있다. 100여 년 역사의 IBM도 재작년에 버지니아 로메티를 지휘자로 맞았다.
▷인터넷 포털의 대명사였던 야후는 최근 5년간 CEO가 5번이나 바뀌며 고전했다. 급기야 창업자인 제리 양도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창업자라도 경영을 못하면 회사에서 쫓겨나는 게 미국의 ‘주주 자본주의’다. 야후는 지난해 직원의 14%인 2000여 명을 해고하고 한국 시장도 접었다.
▷머리사 메이어는 취임 직후부터 무료 식사와 마사지를 제공하고 체육관을 설치했다. 집보다 편한 회사에서 일하라며 재택근무를 없앴다. 그는 야후의 전략으로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강화를 내세웠다. 취임 3개월 만에 모바일 벤처 ‘스탬피드’를 인수한 데 이어 며칠 전엔 SNS 기업 ‘텀블러’를 1조2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등 공격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 반응은 괜찮다. 취임 후 2분기 연속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주가도 30∼50% 뛰었다. 그가 야후를 살려내고 ‘야호!’를 외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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