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드기 감염, 대비하면 겁먹을 이유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2일 03시 00분


국내에서 작은소참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처음 확인되면서 감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해 8월 사망한 60대 여성에게서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를 분리했다고 밝혔다. 한국도 SFTS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매개체인 작은소참진드기를 놓고 ‘살인진드기’라고 부르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다. SFTS는 중국에서 발견될 당시 치사율이 30%를 넘는다고 알려졌으나 검증 결과 치사율은 6%로 일본뇌염의 치사율 20∼30%보다 낮았다.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 비율도 0.5%에 불과하다. 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바로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감염됐다고 해서 바로 죽는 것도 아니다. 작은소참진드기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 면역력이 떨어지는 60대 이상 고령자다.

그런데도 진드기에 물리면 바로 사망하는 것처럼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다. 의심 환자가 발견됐다는 제주에서는 올레길 관광객이 끊기고 골프장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 조심은 해야 하지만 과도하게 공포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SFTS는 신종 바이러스가 아니라 국내에서도 30년 전부터 존재했다. 이번에 사망자로부터 처음 바이러스를 분리했을 뿐 이전에도 SFTS 감염자나 사망자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감염 확률과 치사율이 높지는 않더라도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는 만큼 주의할 필요는 있다. SFTS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긴팔 상의나 긴 바지를 입어 피부 노출을 줄이고 귀가한 뒤 샤워나 세탁을 꼼꼼히 하는 것이 좋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신종 인플루엔자 같은 과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감염 질환은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지나친 공포심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 감염 공포는 산업과 경제를 위축시킨다.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들은 자체적으로 만든 보도준칙에 따라 기사에서 과장된 표현을 자제하기로 했다. 인터넷 매체들도 불필요한 공포심을 자극하지 않도록 보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
#진드기#바이러스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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