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죽음 부른 편의점 업계 甲의 횡포 근절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대기업의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편의점 점주(店主)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고 있다. 올해 들어 4명의 편의점 점주가 자살했다. 이 가운데 3명은 CU 편의점을 운영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편의점 점주들은 매출 부진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편의점이 몇 집 건너 볼 수 있을 정도로 난립하면서 편의점끼리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 크다. 그러나 막상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16일 자살한 경기 용인시의 CU 편의점 주인 김모 씨는 본사 직원과 폐점 문제를 상담하다가 과도한 폐점 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말에 격분해 수면제 40알을 먹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CU는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해 1위에 올라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미니스톱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편의점 업계는 급속한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에 동네 구멍가게들은 영업 기법이나 내부 시설 등에서 편의점에 밀리면서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편의점 점주는 본사 지시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전형적인 을(乙)의 위치에 놓여 있다. 본사는 가맹점 순익의 상당 부분을 챙겨갈 뿐 아니라 본사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폐점을 하게 되면 점주들에게 거액의 위약금을 물도록 요구하고 있다. 위약금이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하는 점주들도 적지 않다. 상위 5개 브랜드의 편의점 수는 전국적으로 2만6000여 곳이나 된다. 편의점 점주들은 시장 포화상태 속에서 치열한 경쟁과 본사의 ‘쥐어짜기 횡포’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본사와 편의점 주인 사이의 치우친 갑을 관계를 바로잡는 일이 절실하다. 점주를 후려쳐 본사가 일방적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는 오래갈 수도 없다.

CU 측은 사망한 김 씨의 사인(死因)에 대한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김 씨 가족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과거 병력까지 공개했다. 김 씨가 우울증 병력 탓에 자살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개인정보까지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직접적인 사인인 ‘수면제 과다 복용’ 부분은 삭제했다. 편의점 점주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듯한 CU의 태도는 옳지 않다. 남양유업 사태는 한 영업직원의 욕설과 부당한 밀어내기가 기업 전체를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편의점 본사는 점주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상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점주들도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으로 문제를 풀려 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편의점 점주#甲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