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이남기 홍보수석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후임 홍보수석과 대변인 인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 뒤끝인 데다 박근혜정부 들어 유달리 인사(人事) 사고가 잦았던 만큼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인선을 통해 청와대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청와대 홍보라인은 대통령의 입을 대행하는 동시에 언론 등을 통해 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대통령의 철학과 국정 전반, 나아가 언론의 속성까지 꿰뚫고 있고 가능한 한 언론계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라야 홍보수석과 대변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흔히 언론 관련 비서관은 두 명의 상관을 모신다는 말이 있다. 하나는 대통령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이다. 매사를 대통령의 시각과 언론의 시각에서 동시에 바라보는 정무적인 감각과 저널리스트적인 판단력이 필요하다.
이 전 수석은 느닷없이 유탄을 맞은 격이지만 본인의 자질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홍보라인의 최고 책임자로서, 또한 성추행 사건 이후의 대처에서 자리에 걸맞은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나친 음주와 성추행에서 보듯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조차 갖추지 못했다. 그는 친정인 언론계에서조차 좋은 평판을 듣지 못할 정도였다.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전문성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맡으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제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고 발탁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그동안의 인사 실패는 대부분 박 대통령의 ‘수첩 인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대통령이 의중에 두고 낙점한 인사를 어떤 참모가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 있겠는가.
인사 실패의 재발을 막으려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부터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인사위원회를 통해 좀더 다면적이고 철저하게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인사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검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역량을 갖춘 인물을 찾아내는 일이다. 자질이나 도덕성도 널리 평판을 들어보면 어렵지 않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평판도 엄연한 능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후임 홍보수석과 대변인 인선이 인사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번 인사마저 실패한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