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영재고 중퇴 권한 엄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야후가 벤처회사 텀블러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카프 씨도 20대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그의 성공 뒤에는 어머니 바버라 애커먼 씨의 역(逆)발상 교육이 있었다. 그는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만지는 고교생 아들에게 “컴퓨터 좀 그만 만지라”고 야단치는 대신 “학교를 그만두라”고 권했다. 카프 씨가 다니던 학교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영재학교인 뉴욕브롱크스과학고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영재고에 다니는 아들에게 중퇴를 권한 셈이다.

▷카프 씨 어머니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어머니를 연상시킨다. 주체 못할 호기심과 엉뚱함으로 초등학교에서 사고를 자주 치던 에디슨을 교사들은 ‘구제 불능’이라고 진단했다. 그러자 어머니 낸시 엘리엇 여사는 에디슨을 12세까지 혼자 가르쳤다. 오늘날 홈스쿨링(재택 학습)의 효시라 할 만하다. 두 사람의 어머니는 모두 교사다. ‘맹목적 어머니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녀 교육에 대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을 듯하다.

▷카프 씨는 고교 중퇴이지만 미국에서는 창업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한 사례가 많아 ‘성공하려면 중퇴하라’는 조크가 있을 정도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하버드대의 졸업장을 버렸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각각 리드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를 중퇴했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도 대학 중퇴자다.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정보기술(IT) 사업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는 부모의 태도다.

▷자식이 하버드대에 다닌다면 자랑스럽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변호사였던 빌 게이츠의 아버지, 치과의사였던 마크 저커버그의 아버지는 하버드대를 중퇴하겠다는 자식을 말리기는커녕 창업 자금까지 빌려주었다. 서울대를 그만두고 창업하겠다는 아들이 비정상이고, 그걸 말리는 부모가 정상인 게 우리나라다. 말로는 꿈을 꾸라고 하면서 잠은 안 재우는 나라라고나 할까. 내가 우리 창조경제의 앞날을 밝게 보지 않는 이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텀블러#데이비드 카프#바버라 애커먼#어머니#교육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