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다음 달 초와 하순엔 미중 및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북핵 문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권력 실세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일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訪中)하면서 북핵 문제의 돌파구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 제재로 궁박한 처지에 몰린 북한이 출구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대북 태도가 조금씩 바뀐 사례가 포착되면서 ‘한미일 공조’라는 말 대신 ‘한중일 공조’가 더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한 마리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또 북한의 출구 전략은 핵 보유를 굳히기 위한 전술의 변화 내지 위장술일 수 있다. 특히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북한과 한국, 중국과 미국 등 핵심 관련국의 기본 원칙 및 입장은 여전히 변한 게 거의 없다.
북한은 20년 전인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이후 한 번도 핵무기 개발을 멈춘 적이 없다. 지난해 초엔 개정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이라는 4글자를 새겨 넣었다. 올해 3월 말엔 ‘경제 및 핵 무력 병진’이라는 전략노선을 천명했다. 북한은 특히 이 노선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현했던 독창적인 노선”이라며 “앞으로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이라고 못 박아 퇴로를 차단했다. 따라서 최 특사가 최근 냉랭해진 중국을 달랠 보따리를 가져온다 해도 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핵 해결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중국 역시 변한 게 하나도 없다. 22일 최 특사의 방중을 설명한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학자들까지도 실패로 결론지은 6자회담을 다시 꺼내들었다. 2003년 중국 주도로 시작한 6자회담은 5년여의 대화 중단 시기는 물론 4년에 걸친 대화 시기에도 북핵 해결을 위한 진전이 사실상 없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앞으로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북핵 해결의 의지를 의심치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핵 전면 폐기가 최종 목표다.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비(非)군사적인 제재를 통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폐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핵 보유 국가임을 공개 천명한 북한이나, 핵 포기를 이끌어내자고 하면서도 이미 실패로 드러난 ‘6자의 틀’로만 하자는 중국과는 목표 및 수단에서 차이가 크다. 중국이 최근 유엔 제재 조치에 동참하고 있다지만 북한의 핵 보유 의지를 꺾을 정도로 강도를 높일지는 의문이다. 미국 역시 관심의 초점이 북핵 전면 폐기에서 점차 비확산으로 옮겨가는 느낌을 주고 있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무기는 많아지면서 소형화 경량화될 것이다. 북한이나 중국 미국은 물론 시간 변수까지 사면초가(四面楚歌)인 셈이다.
다행인 것은 이명박 정권 시절 한국에 매우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중국 정부가 새로 들어선 박근혜정부에 대해서는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천명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4원칙은 중국의 대북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북핵 불용과 도발 엄정 대처, 대화의 문 항시 개방, 상황 불문 인도적 지원 지속이라는 4대 원칙은 중국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중국 지도부는 물론 인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박 대통령은 똑같은 ‘태자당’이다. 어린 시절 커다란 고난을 겪었다는 점도 같다.
이런 점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박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은 좀처럼 찾기 힘든 좋은 기회다. 원대한 비전과 치밀한 전략으로 8000만 한민족의 최대 난제인 북핵 문제를 푸는 물꼬를 반드시 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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