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어린이 스카우트 지도자인 잉그리드 로요케넷 씨(48)는 하룻밤 사이 평범한 주부에서 테러에 맞선 영웅으로 떠올랐다. 22일 그를 태운 버스는 런던 동남쪽 울리치 포병대 부근을 지나다 길에 쓰러진 피투성이 남자를 보고 멈춰 섰다. 보통 사람 같으면 겁에 질려 몸을 사릴 상황에 그는 자발적으로 차에서 뛰어내려 쓰러진 사람의 맥부터 짚었다. 이슬람 급진주의자 괴한들에게 흉기로 난자당한 피해자의 숨은 이미 끊긴 상태였다.
▷그는 이어 벌채용 칼을 든 용의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너는 혼자 많은 사람과 맞서고 있어 패할 것이다. 원하는 게 뭐냐.” “무기를 넘겨라.” 범인들을 어르고 달래며 경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이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 세상에 퍼지자 찬사가 쏟아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그는 우리 공동체가 함께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었다”며 한국 누리꾼도 박수를 보냈다.
▷중년 아줌마가 보여준 시민 정신의 원동력은 다른 집 아이도 내 자식처럼 챙기는 ‘엄마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는 “학생들이 수업을 끝내고 나올 때라 범인이 나 한 사람만 겨냥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범인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려 더 큰 희생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최근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소개한 독립운동가 어머니의 편지도 세간의 화제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라.” 안중근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아들에게 전한 말이다. 어미의 강단은 수의(壽衣)로 승화한다. “이 편지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공동체를 위해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세상의 보통 엄마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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