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어제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 없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자유학기에 학생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다. 올해 9월부터 42개 연구학교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해 2016년 모든 중학교에 적용한다. 교육의 큰 변화다.
입학사정관제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사업이라면 자유학기제는 박근혜정부의 대표 교육공약이다.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스스로 꿈과 끼를 찾아 창의성, 인성, 자기주도 학습능력 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간 발달 연구의 석학 윌리엄 데이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전 세계 청소년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불안과 무기력은 삶의 방향과 목적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교환학생, 인턴 등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중고교생은 시험의 노예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초중고 24학기 가운데 ‘시험 없는 학기’가 한 학기쯤 있다고 해서 교육과정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다. 시험 같은 단기 목표보다 장기적 인생 목표를 탐구하는 자유학기제의 취지는 사줄 만하다. 그러나 취지가 좋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고입과 대입 전형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학력이 떨어질까 불안해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달려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교육부는 자유학기 동안의 학습 성취 수준을 고교 입시에 반영하지 않겠다지만 입시와 관련 없는 교육과정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얼마나 전력투구할지 의문이다.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전일제 진로 탐색 활동, 즉 직업체험이다. 예컨대 만화가가 되고 싶은 학생이라면 현역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만화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해보고 이를 수업으로 인정받는다. 이 제도는 여러 직능단체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의 흥미와 희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어야 성공한다. 하지만 내실 있는 체험기관과 전문강사 등의 인프라는 태부족이어서 시간만 낭비하거나 겉핥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체험 활동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교육당국은 전면 실시 이전에 시범운영을 통해 안정적 교육제도로 정착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춤추는 교육정책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피로가 쌓이고 있다. 자유학기제의 성공 여부는 학교와 학생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지역 사회가 얼마나 지원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과 기관, 사회단체, 직능단체의 네트워크 만들기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