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한길 민주당, 北에도 할 말 하는 정당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03시 00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북한 당국이 원색적인 용어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데 대해 그제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나무랐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욕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제는 전병헌 원내대표도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비판한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25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을 ‘괴뢰집권자’라고 지칭하며 “유신독재자가 무엇 때문에 총격을 당하여 비명횡사했으며 대통령 바통을 넘겨준 이명박 역도가 무엇 때문에 숨을 쉬면서도 산송장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를 심각히 돌아봐야 한다”고 막말을 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걸고넘어진 악담이다.

북한이 한국 대통령을 향해 이런 식의 저질 ‘말 폭탄’을 퍼부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말은 곧 인격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정상 국가로 대접받으려면 우선 말버릇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품위 있는 언어 사용은 기본이다. 국가 간에는 말이 미사일보다 더 큰 효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의 따끔한 꾸짖음은 북한에 ‘쓴 약’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북한이 어떤 행패를 부려도 비판에 소극적이었다. 방관자처럼 침묵을 지키거나 때론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마저 보였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 등으로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 행태는 민주당 자신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요인 중 하나가 ‘안보 불안당’ 이미지였다.

민주당도 이제는 북한에 할 말은 해야 한다. 이런 주문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꾸라거나 북한을 비난만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대북 문제에서 민주당이 박근혜정부나 새누리당과 다른 시각을 갖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건전한 견제역도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민주당의 시각은 그동안 균형감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를 바로잡아야만 지지자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

김 대표 등장 이후 민주당이 북한에 대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려고 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기왕에 그럴 생각이라면 개성공단의 폐쇄를 초래한 북한의 행태와 6·15 남북공동행사 제의를 통한 남남갈등 획책, 진정성이 부족한 대화 의지 표명 등에 대해서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태도를 바꾸는 데는 민주당의 회초리가 더 효과적이다.
#김한길 대표#민주당#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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