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성 원전 1호기와 똑같은 모델의 캐나다 젠틸리 2호기는 안전성 문제와 막대한 수명연장 비용 때문에 폐쇄가 결정됐다.” 그린피스 캐나다의 원자력 전문가인 숀패트릭 스텐실은 지난해 말 월성원전 가동 중단 직후 한국 환경단체와의 화상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퀘벡 주 베캉쿠르에 있는 젠틸리 2호기는 지난해 말 설계수명(30년) 종료로 가동이 중단된 경북 경주시 월성 1호기와 똑같은 캔두형 원자로다. 캐나다에는 19기의 원자로가 있는데 젠틸리 2호기는 ‘캐나다의 프랑스’라 불리는 퀘벡 주 하이드로퀘벡이 운영했다. 29년간 운영된 젠틸리 2호기를 선거에서 승리한 퀘벡당 폴린 마루아 주지사가 지난해 12월 폐쇄했다. 환경단체들은 월성 1호기의 쌍둥이 형 격인 젠틸리 2호기를 캐나다가 폐쇄했는데 똑같은 모델인 월성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젠틸리 2호기의 진실을 포함한 캔두형 원자로의 안전성에 의문을 갖던 차에 캐나다 원전 운영실태를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CNSC)에서 만난 람지 자말 부위원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모든 원전에 대해 ‘캐나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으나 캔두형 원자로에 관한 어떤 문제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왜 “젠틸리 2호기를 폐쇄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폐쇄를 결정한 것은 CNSC가 아니라 퀘벡 주”라고 말했다. 젠틸리 2호기의 문제는 안전성이 아니라 경제성이었으며 폐쇄는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했다. 자말 부위원장은 그 증거로 CNSC가 “안전에 이상이 없다”며 젠틸리 2호기에 5년간 계속운전 허가를 내준 사실을 들었다.
젠틸리 2호기는 왜 경제성이 없었는가. 우선 퀘벡 주의 전력사정이 매우 좋다. 전력의 95%를 수력에서 얻는 퀘벡 주는 굳이 원전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 전력이 남아돌아 다른 주(州)로 수출하는 판이다. 젠틸리 2호기에 대한 대규모 설비교체(refurbishment)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난 것도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원전 폐쇄’는 퀘벡당의 선거공약이었다. 반면에 캐나다 최대의 중공업지대와 자동차 생산라인이 밀접한 온타리오 주는 꿋꿋하게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주민 의견도 극명하게 갈린다. 퀘벡 주의 원전 찬성 비율은 18%, 온타리오 주는 56%다. 원자력에 대한 주민 수용성은 이처럼 자연환경과 경제상황에 따라 차이가 난다.
캐나다는 총 전력생산량 중 원자력 비중이 15%, 미국은 20%, 한국은 35%다. 우리의 원자력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캐나다나 미국과 달리 전력 사정이 정말 좋지 않다. 이 국가들의 전력 사정이 우리 정도라면 당장 원전을 지으라는 여론이 들끓었을 것이다. 심지어 원전 54기 가운데 2기만 운영하는 일본도 우리보다는 낫다. 원전 납품비리로 원전 3기의 가동이 추가로 중단된 우리는 제한 송전 주장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결정이 골치 아픈 이유는 우리는 캐나다와 달리 안전성 문제와 경제성 문제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2년 설계수명 완료를 앞두고 7000억 원을 들여 압력관을 모두 교체했다. 캔두형 원자로에서 압력관을 교체했다는 것은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을 바꾸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니 경제성이 안전성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었다. 거액을 들여 대규모 설비교체를 끝냈는데 ‘안전성이 없다’고 하면 엄청난 돈을 날리는 것이고,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난을 듣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해법은 간단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미 투입된 돈을 무시하고 원점에서 안전성 심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자력안전위가 내린 결론에는 국민이 동의해줘야 한다. 여름은 다가오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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