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에 추월당한 국가경쟁력 이대로 방치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그제 발표한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평가 대상 60개 국가 중 22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22위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도 7위에 불과하다. 지난해 23위이던 중국이 올해는 한국을 제치고 21위로 올라섰다. 중국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추월한 것은 외국에 문호를 열고 개방경제 정책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한 결과다.

중국이 앞으로 치고 나갈 때 우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기업의 비효율이었다. 한국은 기업 효율성 면에서 34위다. 지난해 25위보다 무려 9계단이나 추락했다. IMD는 한국 경쟁력의 취약점으로 노사관계와 이사회의 경영감시 기능, 회계감사의 적절성 및 경영자 신뢰도를 꼽았다. 이 지표들은 모두 50위 밖이었다. IMD는 한국 근로자들이 눈앞의 분배에 집착했고 기업은 경영투명성 개선을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회계감사를 믿지 못하고 이사회는 기업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과 SK그룹의 경우 기업 총수가 회삿돈을 횡령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총수가 회삿돈을 주머니 쌈짓돈처럼 쓰며 회계장부를 뜯어 맞추는 것은 회계감사가 부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J도 탈법과 불법을 동원해 7000억 원에 이르는 회사 비자금을 굴렸다.

이러니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를 외면하는 게 아닌가. 외국인들은 한국의 높은 관세 장벽도 투자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한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기에 접어들었고 청년실업과 고령화(高齡化)가 미래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침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데도 박근혜정부는 아직 제대로 된 경제 마스터플랜을 내놓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어서 정부와 기업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매사를 갑과 을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판을 치면서 성장 동력이 망가질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기업경쟁력이 바로 국가경쟁력인 시대인데도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나서는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규제를 풀어 기업이 신나게 뛸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도 지지부진이다. 기업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투명한 회계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와 기업인 근로자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합심하지 않으면 중국에 빼앗긴 국가경쟁력을 다시 찾기 어렵다.
#중국#국가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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