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정부 100일을 괴롭힌 人事, 회전문은 답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어제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공석인 홍보수석비서관에 임명했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줄곧 그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했고 작년 대선에서 캠프 공보단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데다 대(對)언론 경험도 많아 홍보수석에 모자랄 것이 없다. 그러나 3개월여 만에 정무수석에서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으니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다.

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언론매체들이 여론조사나 전문가 의견들을 토대로 내놓은 평가를 보면 기조가 비슷하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과 외교안보 분야의 성적이 가장 좋고, 인사 분야의 성적이 가장 낮다. 국정운영 스타일도 평가가 좋지 않다. 각료나 참모들에게 자율권을 주기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문제로 지적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결국 사람을 발탁하는 일(인사)과 발탁한 사람을 쓰는 방법(인력 운용)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주로 자신의 수첩에 이름이 적힌 인물들을 등용하다 보니 인력풀이 협소했고, 사전 검증 또한 부실했다. 이 때문에 인사 사고(事故)가 잦다 보니 박 대통령이 인사 공포증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얼마나 새로운 적임자를 물색하기 어려웠으면 윗돌 빼 아랫돌 괴듯 돌려 막기 식으로 정무수석을 홍보수석에 발탁했겠는가. 박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인사가 곧 만사(萬事)’라는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인재를 폭넓게 구하고, 자질과 능력을 철저하게 검증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사 시스템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각료나 참모들은 그것을 받아 적는 일방통행식 국정으로는 창조와 효율이 싹틀 수 없다. 대통령은 국정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구체적 분야에서는 각료와 참모들이 ‘국정의 동반자’라는 책임 의식과 전문성을 갖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토론이 없는 회의는 진정한 의미에서 회의가 아니다. 당장은 듣기 싫겠지만 직언과 쓴소리를 하는 참모들도 곁에 둬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이뤄지고, 국정의 실수와 실패를 막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홍보수석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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