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은 환율전쟁 뛰어들지 말고 기술개발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 때문에 한국 경제가 불안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출구 전략’의 후폭풍이 걱정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던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하반기부터 양적 완화 정책에서 발을 빼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을 따라 돈 풀기에 나선 일본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는 비가 와도 걱정, 해가 떠도 걱정이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양적 완화를 해 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세계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주요국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 전쟁’에 나서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신흥국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과 수출 품목이 많이 겹치는 일본의 엔화 약세가 심해지면서 중소 수출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한다. 원-엔 환율이 1% 올라가면(엔화 가치 하락)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7억 달러(약 7910억 원) 줄어든다는 추산도 있다.

환율전쟁이 계속되면 2, 3년 내 금융위기가 다시 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지난달 31일 개최한 ‘2013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금융 전문가들은 통화량 급증과 자산 거품으로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플레를 잡으려고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이면 금리파생상품 시장에 충격을 줘 2008년보다 심각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선진국들이 서둘러 출구 전략에 들어가면 신흥국에서 해외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면 한국은 수출이 힘들어지고, 실패하면 일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위험하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세계 시장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양적 완화를 계속하든 출구 전략을 시작하든 한국 경제는 금융시장 불안이 향후 1∼3년간 계속될 개연성이 크다. 한국 혼자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시아 여러 나라와 정책 협력을 강화하고 선진국과의 공조도 긴밀히 해야 한다. “한국은 환율전쟁에 뛰어들지 말고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제임스 리카즈 탄젠트캐피털파트너스 대표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마침 어제 열린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도 한국 경제의 살길로 환율전쟁이 아닌 연구개발과 혁신을 꼽았다.
#선진국#환율#금융위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