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룡포털 횡포 막아야 ‘한국의 잡스’ 태어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6일 03시 00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그제 국회 연설에서 “대형 포털업체들이 콘텐츠 제공 업체를 상대로 단가를 후려치고 대기업이 투자 제작 배급까지 독식하는 것이 우리 산업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한국의 잡스, 저커버그, 스필버그는 탄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과 다음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포털업체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75%, 다음은 15%로 두 회사가 시장의 90%를 나눠 갖고 있다. 대형 포털업체들은 브랜드와 네트워크, 자본력을 앞세워 뉴스 동영상 만화 쇼핑 부동산 등의 인터넷 콘텐츠 시장까지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다. 콘텐츠 업체에 자릿세를 받고 입점을 시켜 주다가 노하우가 쌓이면 직접 시장에 진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정보서비스 시장이다.

올해 4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대형 포털업체의 불공정 거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포털의 횡포에 분노를 터뜨렸다. 중개업계는 “네이버가 직접 부동산 중개업자를 상대로 광고 수수료를 받자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매출이 80% 이상 급감하는 등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네이버는 가격 비교 서비스, 영화, 웹소설, 웹툰, 음원, 오픈마켓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해 슈퍼 갑이 ‘인터넷 골목상권’에 진출했다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NHN은 지난해 매출액이 2조4000억 원이고, 시가총액도 15조 원이 넘는 대기업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검색서비스 회사인 구글도 따라올 수 없는 절대 강자다. NHN은 국내 검색시장을 개척하고 중소 콘텐츠 서비스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했지만 콘텐츠를 포털사이트의 울타리 안에 가두는 폐쇄적 전략으로 인터넷 콘텐츠 생태계를 ‘네이버 동물원’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NHN 측은 “높은 검색시장 점유율은 이용자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검색시장의 독점력을 앞세워 인터넷 콘텐츠 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고 영세 회사를 시장에서 밀어낸다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시장 지배력의 남용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앞세우는 게 아니라 광고 수수료를 내는 사이트나 자사의 서비스를 검색 결과의 맨 위에 올리면서 소비자 선택권 운운하는 것도 군색하다.

지금처럼 네이버를 통하지 않고는 기업을 제대로 알리거나 키우기 어려운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서는 콘텐츠 벤처기업이 제대로 싹틀 수 없다. 포털업체의 독점과 횡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한국의 인터넷이 ‘네이버의, 네이버에 의한, 네이버를 위한’ 공간으로 전락한다면 새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앞날도 어둡다.
#최경환#대형 포털업체#불공정 거래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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