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남북장관급 회담 실무 준비를 위해 남북은 어제 긴박하게 움직였다. 북한은 9일의 실무접촉을 개성에서 하자고 제안했지만 우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하자고 수정 제안했다. 장소 문제로 힘을 뺄 필요는 없다. 2007년 6월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열렸던 장관급 회담은 남북관계 전반을 다루는 최상위급 대화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이명박 정부 시절 단절된 남북관계의 회복을 넘어 새로운 남북화해와 공존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회담이 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시급한 현안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다뤄 가되 우리의 주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개성공단을 서둘러 정상화시키고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해 실향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북한이 미온적인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장관급 회담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조와 전반적인 전략을 가늠할 시험대다.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핵 문제를 어느 정도 연계해 논의할 것인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북(對北)제재로 발표한 5·24 조치 해제 여부도 고민해야 한다. 북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은 허용한다 하더라도 식량지원을 포함한 대규모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도발 포기를 담보할 구체적 약속이 나와야 함은 물론이다.
남북 간 화해무드가 조성된 상황에서 7, 8일 미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도 주목된다. 북한의 핵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루겠다고 천명한 만큼 북한에 대한 두 정상의 분명한 발언이 요구된다.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진다 해도 불안한 평화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해야 한다. 남북대화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목소리와 미중 정상회담의 대북 메시지가 일관돼야만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27∼3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전군 지휘관회의에서 강조했듯이 남북대화를 추진하면서도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에 대비한 준비 태세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안보가 흔들리면 대화도 평화도 그 존립 기반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