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라오스 안가(安家)에 머물고 있던 탈북자 18명을 한국대사관과 대사관저로 긴급 이송했다.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의 추방으로 강제 북송된 이후 안가에 머물던 이들의 안전마저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탈북 청소년 북송 사태는 라오스 당국의 협조 약속만 믿고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다 빚어졌다. 지금부터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치밀한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
대사관이나 대사관저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라오스의 공권력이 미칠 수 없는 곳이라 탈북자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들을 서울로 데려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라오스 당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탈북 청소년 북송 사태에서 보듯 라오스가 기존의 우호적인 태도를 바꾼 것이라면 이번에도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라오스를 상대로 한 북한 측의 회유와 압박도 거셀 게 뻔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언제까지나 라오스에 그냥 둘 수는 없다. 안전하게 한국으로 데려오는 게 우리 정부의 역할이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에 막 대화의 물꼬가 트인 시점에 탈북자 문제가 불거져 행여 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한다. 지나친 걱정이다. 목숨을 걸고 사지(死地)를 탈출한 탈북자들을 자유의 땅으로 데려오는 일과 남북 대화는 별개다. 요란을 떨어 북을 자극할 필요는 없지만 남북 관계를 의식해 지나치게 소극적일 이유도 없다. 이들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해외를 떠돌고 있을 다른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라오스는 탈북의 경유지로서 매우 중요한 루트다. 중국은 비협조적이고, 베트남 루트는 막혀 버렸다. 미얀마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 루트마저 막힌다면 태국이나 캄보디아를 통한 탈북도 어려워진다. 다른 탈북 루트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장 유용한 라오스 루트의 복원과 유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교적, 비외교적 노력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국제사회에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한국은 라오스에 대한 무상원조 규모가 일본 독일에 이어 세 번째다. 돈은 돈대로 지원하면서 탈북자 루트 하나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곤란하다. 소를 잃은 뒤에라도 외양간을 튼튼히 고쳐야 탈북 청소년 강제 북송 같은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