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의 달콤쌉싸름한 철학]남과 북, 마음의 대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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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산이 이렇게 몽환적일 수 있나” 하는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던 산이 금강산이었습니다. 과연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가 생길 법한 산이었습니다. 달밤이면 선녀들이 하강해서 층층이 만들어진 자연연못에서 목욕을 하겠습니다.

두어 시간 금강산을 함께 걸었던 북한 안내원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명쾌한 어조로 정주영 회장을 민족의 영웅이라고 평가하면서 남쪽나라를 궁금해했으니까요. 2001년, 그때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존경받는 인물이라 말하기 힘든 재벌 회장님을, 표정까지 상기돼 ‘영웅’ 운운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것은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당황이나 안타까움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을 설명하는 스펙트럼이 대단히 두꺼울 수 있다는 인식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 500마리는 정주영 회장의 마음이었던 거네요. 진심이 전해진 것입니다.

배에서 내리기 전 괜히 북측 안내원들에게 말을 걸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는데도 두어 시간 만에 잊을 수 없는 자매가 된 것은 바로 한반도의 딸이라는 동질감이 심어준 열린 마음의 힘이었습니다.

북한이 현충일에 대화의 손을 내밀었네요. 정부가 재빠르게 손을 잡았습니다. 남북 장관급 회담을 12일,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문제가 의제가 될 모양입니다. 눈이 커지고 귀가 번쩍 뜨이네요. 지난 5년 동안 막혀 있었던 남과 북의 대화 채널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대화가 어렵지요? 언제나 누구에게나 대화는 쉽지 않습니다. 대화는 논리의 싸움이라기보다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화가 논리의 문제라면, 논리적으로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하나의 사태를 이해하는 데는 하나의 논리가 아니라 수많은 논리가 끼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어철학자 크립키는 논리적으론 한 사태의 의미를 확정할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화를 결정하는 건 말의 논리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태도입니다. 태도가 열려 있으면 서로 말을 잘 하지 못해도 통하고, 태도가 열려 있지 않으면 세련된 매너와 언어로 말꼬리만 잡고 논리 싸움만 할 뿐 통하는 법이 없으니까요.

마음을 열면 체제와 이념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섬도 아니면서 섬이 된 나라, 우리나라 대한민국입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는 다른 대륙으로 건너갈 수 없었던 긴긴 고립의 시간들을 만든 게 바로 체제와 이념 때문이 아니었나요? 7·4남북공동성명의 정신, 기억하십니까? 체제와 이념을 초월해서 남과 북이 협력하고 대화하자고 했던 정신이었지요. 지금이야말로 그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기억하시지요? 부둥켜안고 우는 절박한 눈물을 토해내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함께 울컥했던 시간들을.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5만 원인데 생이별이 말이 됩니까? 이제라도 맘 놓고 만날 수 있는 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울 때 조금씩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의 거리 말입니다.

얼마 전 개성공단이 문 닫을 위기가 오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경제적 평가는 입증된 것이 아니었나요?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경제적 융합을 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현장이었습니다. 그것은 침체되어 있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로서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남과 북이 마음을 열고 대화하기를, 열린 마음으로 기원해 봅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금강산#북한#남북 장관급 회담#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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