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성일]고용률 70%를 위해 바뀌어야 할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8일 03시 00분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내놓았다. 2017년까지 15세 이상 국민의 70%가 일자리를 갖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세부과제 수만 137개에 달하는 방대한 정책 지도다. 로드맵을 살펴보면서 우선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수고가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요 분야 일자리 창출 개수 등 중간지표를 이용하여 점검하고 확인하겠다는 등 실천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핵심 전략으로는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시간제 근로 등 일자리의 다양화, 여성의 고용 확대 등이 제시되었다. 특히 여성 고용 확대와 시간제 근로 확대가 강조되는데 고용률 70%를 달성한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것들이다. 우리나라 남성의 고용률은 이미 70%를 넘어 선진국과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여성 고용률은 53% 수준으로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또 파트타임 일자리 비중도 선진국은 20%가 넘고, 특히 여성의 경우 37%에 달하는데 우리는 1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남성 위주, 전일제 일자리 위주의 단순한 고용환경에서 남녀가 균등하게 참여하고 일자리 형태도 다양한 고용환경으로 변화하는 것은 70%라는 숫자 목표와 관계없이 정당성이 인정되는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이것들이 실현될 수 있을까? 실현되려면 어떤 것들이 변해야 할까?

각각 근로자 및 고용주 입장에 있는 두 여성 제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A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워킹맘이다. 첫째 때 1년간 육아휴직을 했고 복직해서 일하는데 둘째를 임신한 상태다. 그녀는 현재 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유출퇴근제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하루 8시간 근무만 지키면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제 근로, 또는 다른 유연한 근무 형태에 대해서는 취지는 좋으나 현재 풍토로는 여성 근로자들도 선뜻 신청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자기 회사에서도 스마트워킹센터를 만들어놓고 신청을 받았으나 신청률이 너무 저조했다는 것을 반증으로 들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직원 얼굴이 안 보이면 ‘일을 안 한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두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워킹맘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건 분위기, 즉 워킹맘은 일을 덜 한다는 인식과 분위기인데 이것이 바뀌고 커리어에 불이익이 없어야 유연한 근무 형태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B는 직원 6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탄탄한 조사업체 사장이다. 그 스스로 여성 근로자로 일하면서 성장했고 조사업체에서는 전문직 여성에 대한 수요도 많으므로 그동안 여성을 많이 채용해 왔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앞으로는 더이상 여성을 뽑지 않겠다”고 했다. 여성 직원의 4분의 1 정도가 출산, 육아휴가를 가버리니 회사 운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시간제 등을 통해 대체 근로자를 쓰고 정부가 사회보험료 등 지원을 해준다면 해볼 만하지 않느냐고 되물으니 모르는 소리 말란다.

시간제든 뭐든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데 드는 비용, 숙련시키는 데 드는 비용, 휴직한 직원이 돌아왔을 때 대체 직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따르는 어려움, 그리고 이렇게 직원을 넣었다 뺐다 하는 운영상의 어려움 등은 정부의 한시적 지원만 가지고는 맞바꾸기 어렵다고 한다. 무엇보다 일단 뽑고 나면 업무성과가 나빠도 못 내보내는 고용의 경직성 때문에 채용 자체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A와 B의 말은 각자 입장에서 본 현실을 정확하게 전하고 있다. 남성 위주, 전일제 근로에 고정되어 있는 인식 풍토가 바뀌어야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 풍토의 질적 변화는 양적 변화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즉, 직장 내 여성 수가 많아지면 여성적 특수성이 보편성으로 바뀌게 되고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도 조성된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최대한 여성 채용을 확대하여 수를 늘리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

그렇지만 B가 제기하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일자리가 늘어나기 어렵다. 고용 경직성이 지금처럼 심한 상태에서는 대체 수요가 발생해도 채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기업의 인식 변화나 정부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법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고용률을 빠른 시간 내에 70%로 끌어올린 영국, 네덜란드, 독일의 경우를 보면 시간제 근로를 활성화했다는 공통점 말고도 모두 법 제도의 규제 완화를 통해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여 일자리를 늘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최근인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2003년에 근로자 파견에 대한 규제를 다 풀고 고용 보호를 완화해서 고용률을 끌어올렸다.

70%라는 숫자를 떠나서 여성의 고용을 늘리고 근로 형태를 다양하게 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한 시대적 과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 정부의 선도적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고용 유연화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 이는 국회의 몫이다. 국회, 특히 여당의 소명의식을 기대한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고용률 70%#창조경제#일자리 창출#여성의 고용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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