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신형 대국관계’와 남북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0일 03시 00분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미중 정상이 7, 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 휴양지에서 회담했다. 상세한 내용은 서서히 알려지겠지만 경제무역 문제와 사이버 안보뿐 아니라 센카쿠 열도, 북한 문제 등 아시아태평양의 지역 안전보장도 논의됐다.

이번처럼 워싱턴을 벗어난 곳에서 넥타이를 풀고 미중 정상이 만난 적이 있다. 2002년 10월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다. 그때도 북한의 비핵화가 논의됐다.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이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장 전 주석은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응했다. 이 논의를 계기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추진한 ‘다각적 포럼’, 즉 중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6자회담이 열리게 된 것이다.

당시 북한은 북-미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6자회담을 강하게 거부했다. 이런 이유로 6자회담은 처음에는 중국이 북-미 2자회담을 중개하는 3자회담으로 열렸다. 이번 회담에서도 미중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명확히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그것뿐일까. 최근 10년간 국력을 배로 키워 ‘신형 대국관계’를 추구하는 중국에 북한 문제는 미중이 공동 관리해야 하는 시범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시범 케이스로 부각되는 것을 두려워해 5월 하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베이징(北京)에 파견한 것은 아닐까.

최룡해와 회담한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관련된 각국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고 가능한 한 빨리 6자회담을 재개하길 바란다”며 명확히 주문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관계 각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최룡해는 “6자회담 등 다양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답해 6자회담 재개는 조만간 협상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이 북한계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를 실시한 것이나 김정은 방중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결정한 것도 북한한테는 충격적이고 굴욕적이다. 하지만 거기에 반발해 제4차 핵실험을 실행해 봐야 사태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

6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변인 특별담화는 남북대화 재개를 통해 여러 가지 손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핵실험 이래 긴장 상태인 북-중 관계 개선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형태로 ‘6자회담 등 여러 대화와 협의’를 개시하고 싶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앞으로 재개 가능성이 높은 6자회담과 병행해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의논하는 안보포럼, 즉 직접 당사자회담을 개시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전략적 인내’를 유지하는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남북대화의 진전이 필수다.

한국 측에서 보면 남북 장관급 회담의 서울 개최는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한미중 연대외교의 성공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 중국의 한반도 외교는 조금 복잡하다. 그것을 ‘신형 대국관계’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 주석이 말한 것처럼 확실히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뿐 아니라 ‘비핵화’를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과 공동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고 남북 균형외교를 철저히 해 남북 쌍방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중국이 이달 27일 방중하는 박 대통령을 국빈으로 환영하고 한 달 후인 다음 달 27일에는 북한에서 열리는 휴전 60주년 기념 열병식에 중국 요인을 참석시킨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북한 경제의 개혁개방을 촉구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시장경제로 향하게 하는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중국#미국#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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