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미 3국을 순방하는 동안 카메라는 그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을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그는 트리니다드토바고 국립 악단의 연주회장에서 즉석 북채 연주로 박수를 받았고, 코스타리카 국립 아동병원에서는 어린 환자들을 위로하는 부드러운 외교를 펼쳤다. 멕시코에서는 민속춤을 관람하면서 아이폰5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잡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중국 언론은 애플이 애프터서비스에서 중국을 차별한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 미주 순방의 피날레인 7, 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미셸 오바마 여사가 자녀를 돌봐야 한다며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온라인은 ‘펑리위안의 아이폰5’ 사건에 이어 또 한 번 들끓었다. 중국의 ‘제1부인’과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만나는 빅 이벤트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1979년 수교 이후 수차례 만났지만 영부인들이 공개회동을 가진 적은 없었다. 중국인들에게 펑 여사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제1부인이고, 세계인들도 ‘중국의 미셸 오바마’와 진짜 오바마 여사의 만남을 기대했다.
▷오바마 여사(49)와 펑 여사(50)는 나이도 비슷하고 각각 변호사와 국민 가수로 활약한 전문직 여성이다. 둘 모두 미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인’인 데다 입고 나오는 옷마다 품절되는 ‘완판녀’이다. 세기의 만남이 무산되자 미국 언론은 “외교적 결례” “중국 인민해방군 소장인 펑 여사를 따로 만나지 않은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엇갈린 논평을 내놨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자녀가 우선이라는 오바마 여사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지만 “집에 찾아온 손님을 안주인이 맞지 않다니…” “중국은 따뜻한 얼굴을 미국의 차가운 등에 댄 격”이라는 비난이 많다. “오바마 여사는 펑 여사의 미모와 비교될까 두려웠나”라는 야유의 글도 올라왔다. 이유야 어찌됐든 펑 여사는 소프트파워를 뽐낼 기회를 잃었다. 양국 영부인의 역사적인 회동도 훗날로 미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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