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장이 회장 돼도 낙하산이라는 KB노조의 억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0일 03시 00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7일 오전 서울 명동 KB금융지주에 출근하려 했지만 노동조합이 막아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회장실이 아니라 3년이나 사용해온 사장실로 가려 했는데도 ‘회장에 내정됐다’는 이유로 출근을 저지당했다. 노조의 반대 이유는 임 씨가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모피아’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조는 임 씨를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선출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사외이사 9명도 관치금융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KB금융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노무현정부에서 재경부 2차관을 끝으로 2008년 2월 공직을 마감했다. 박근혜정부와는 어떤 인연도 없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과 법무법인 충정 상임고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을 지냈고 2010년 7월부터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일하다 이번에 회장에 내정됐다. 그가 3년 전부터 어윤대 회장 밑에서 KB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는데도 이제 와서 낙하산이라고 하면 누가 이해하겠나. 임 씨를 회장으로 뽑은 것도 청와대나 금융위원회가 아니라 독립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였다.

KB국민은행 노조는 행장이나 회장이 바뀔 때마다 갖가지 명분을 내세워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김대중정부에선 김정태 동원증권 사장을 ‘호남 인사’라고 반대했고 서울은행장을 지낸 강정원 씨도 노조의 저지로 제때 출근을 못했다. 황영기 씨와 어윤대 씨가 회장으로 내정됐을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KB국민은행을 이끌 최고경영자(CEO)로 도대체 누가 와야 노조가 찬성할지 궁금하다.

과거 대표적인 금융공기업이었던 투자신탁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다반사였다. 정부가 대주주였던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국민투신에선 재경부 관료가 사장으로 내려올 때마다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그러면 낙하산 사장은 노조위원장과 호텔에서 만나 밀실야합을 했다. 노조는 사장에게 특별보너스와 각종 복리후생을 요구하고 사장은 이를 수용했다. 투신사 경영은 곪을 대로 곪았고 결국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헐값에 민간회사에 넘겨야 했다.

KB금융노조가 임 씨의 출근을 막는 것은 업무방해다. 법에 보장된 노조의 권한은 모두 향유하면서 다른 법의 권위는 부정하는 건 부당하다. 임 씨는 옳지 못한 노조의 요구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엄정 대처해야 한다. 좋은 게 좋다고 노조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다 보니 이런 월권(越權)이 반복되는 것이다.
#낙하산#KB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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