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까지 뽑아주겠다는 박근혜정부에서도 행정규제가 줄지 않고 있다. 9일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모두 1만4831건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1만4356건보다 5개월여 만에 475건이 늘었다. 2008년 말 5186건이던 규제가 2009년 말 1만1133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은 미등록 규제를 많이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도 해마다 약 1000건씩 규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규제 개혁의지를 무색하게 한다.
공공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독과점이나 불공정행위, 환경오염 방지와 같은 목적의 규제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 진입을 막거나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가 늘어나면 정부 입김이 커지고 규제비용이 늘어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0위권이지만 정부 규제 부담 항목에서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규제비용이 낮은 국가로 쏠리는 게 돈의 생리다.
최근 국회의원들이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나 대형마트 규제 법안처럼 엇비슷한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8대 국회의 법안을 분석한 결과 의원들이 발의한 규제 관련 법안은 2923개로 정부가 발의한 규제 관련 법률안(349개)의 8배쯤 됐다. 의원 발의 법률안 중 63%가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19대 국회에서도 약 5개월 만에 4567건의 의원입법이 발의돼 295건이 국회를 통과했다. 의원 발의 법안은 정부입법과 달리 규개위의 규제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정부 부처들이 규개위 심사를 피하기 위해 의원입법 형식을 빌리는 ‘청부입법’도 적지 않다.
기업들이 신바람 나서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려면 의원들의 규제만능주의 입법을 사전에 점검하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 볼 때가 됐다. 의원입법의 규제 심사를 정치권은 “입법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국회 차원에서 스스로 심사 시스템을 강화한다면 논란의 여지는 줄어들 것이다.
손톱 밑 가시를 제도로 뽑으려면 영국처럼 규제비용의 총량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기존 규제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투명한 행정 시스템도 필요하다. 정부가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는 식으로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창조경제를 주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