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회담, 대표의 格도 회담 성공도 모두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남북한 당국이 12, 13일 개최하는 회담의 형식이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당국회담’으로 바뀌었다. 2000년부터 21차례 열렸던 남북 장관급 회담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 시작하는 대화 형식이다. 남북 간의 현안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다루면서도 호혜적 남북관계를 여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회담이 내일인데도 북한은 회담에 참석할 대표단 명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던 그제 판문점 남북 실무접촉도 17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어제 오전 3시를 훌쩍 넘겨서야 끝이 났다. 회담의 형식과 의제를 정하는 실무접촉부터 힘겨루기를 한 것은 남북한 사이에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말해준다. 사정이 이렇다면 본회담의 성공도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남북한은 수석대표의 격(格) 등에 대한 최종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각기 다른 발표문을 내기로 했다. 과거 장관급 회담 때 북한 내각의 책임참사(우리로 치면 국장급)가 수석대표로 나오던 관행을 시정하고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대표로 보내 달라는 우리 측 요청을 북한이 사실상 거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격이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상호 신뢰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며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보다 격이 높은 북한의 실세가 이번 회담의 전면에 등장한다면 남북관계의 진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북한 측이 회담 성공을 바란다면 우리 측이 원하는 수석대표의 격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북한 대표는 회담 과정에서 상부의 훈령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대리인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이번 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남북 간에 얼마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회담 전략을 면밀히 점검하고 준비하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복원 못지않게 절실한 것이 우리 내부의 의견 수렴 절차다. 금강산관광과 북한의 비핵화,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놓고 북한이 어떤 수준까지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남북한 사이의 깨진 신뢰가 한두 번의 만남으로 단기간에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가장 급한 것은 개성공단의 재가동이다. 쉬운 일부터 실천하며 차분하게 믿음을 쌓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남북한은 관계 정상화로 가는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다.
#남북장관급회담#남북당국회담#대표단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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